틸란드시아 이오난사 & 큐브

Tillandsia Ionantha & cube

 

 

아트월이 너무 휑하다. 기본 벽만 덩그러니 있을 뿐 앉은뱅이 TV장 위에 놓은 TV 위로는 아무 것도 없다. 썰렁한 아트월 때문인지 안그래도 추웠던 겨울 집안이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따스해보이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이 좋을까 찾다 틸란드시아 큐브로 정했다. 세련된 큐브와 초록이까지! 내가 원하던 조건을 두로 갖추었다. 우리집 아트월에도 잘 어울릴 것같다.

 

하지만 겨울에는 아무래도 식물을 새로 들이기가 심히 두려워서 틸란드시아에 대한 욕심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덧 봄이 오고, 드디어 고대하던 틸란드시아를 구입했다. 큐브 속에 쏙 들어가 있는 틸란드시아를 구입하고 싶었는데 큐브 때문에 쓸데없이 틸란드시아의 값이 껑충 뛰었다. 큐브에 든 틸란드시아 1개를 사느니 틸란드시아만 2개 구입하는 게 낫겠다. 큐브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같다.

 

큐브를 뭘로 만들면 좋을까. 막상 만들려고 하니 만들 재료가 마땅치 않다. 가늘고 긴 막대기를 찾다 편의점 도시락에 함께 들어 있던 나무젖가락을 발견했다. 네모난 젖가락이 아니라 둥글게 다듬어진 젖가락이다. 굵기도 일정하고 딱이겠다. 큐브를 만들기 위해 젖가락을 알맞은 길이로 절단했다. 정팔면체 큐브는 6cm로 12개, 길쭉한 팔면체는 6cm짜리 8개와 8cm짜리 4개. (틸란드시아 크기에 따라 큐브의 크기를 조절해 만들면 된다.) 절단된 나무토막의 끝 부분을 글루건으로 붙였다. (순간접착제는 생각 외로 잘 붙지 않았다.) 글루가 덕지덕지 붙어 이음새가 안습이다. 나중에 다시 틸란드시아 큐브를 예쁘게 만들 생각에 일단은 지금 만든 큐브를 천정에 달아 대강의 모양새를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웬 떡. 완전 괜찮다. 어차피 아트월은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일이 많으니 내가 만든 조잡한 큐브도 (멀리서 볼 땐) 세련된 것이었어. 굳이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 이걸로 틸란드시아의 집은 확정이다. 여기서 틸란드시아가 잘 살았면 좋겠다. 사실 한 5년 전에도 틸란드시아 이오난사를 키운 적이 있는데 채 1년을 넘기지 못한 기억이 있어 걱정이 된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틸란드시아를 떠나보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히유. 이번 틸란드시아는 부디 오래토록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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