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말. '문화공간 두잇'에서 지역작가 응원프로젝트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책 제목은 『검은 활』이고 어느 주부가 학창시절의 전공을 살려 쓴 역사소설이란다. 우와. 멋지다. 나는 언제 전공을 살린 일을 할 수 있을지 까마득하지만 이렇게 꿈을 위해 도전하고 결과를 이뤄 낸 저자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안내문을 보고 얼른 신청했다. 뭐,『검은 활』이라는 범상치 않은 책 제목만 봐도 왠지 재미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들고, 최근 도서관은 물론 이동도서관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한터라 - 이 동네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작은 서점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 - 책이 참 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사 후 온통 집 정리하고 꾸미는 데 신경을 퍼부어서 블로그에도 소홀해지던 찰나. 서평단이 되는것은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즈마켓 수공예품

 

 

서평단 신청을 하고 1주일을 기다려 택배를 받았다. 상자 속에는 아기자기하게 뭔가가 많이 들어있었다. 가장 먼저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북카페 두잇 책갈피가 나왔다. 여러 개 보내주셨다. 몇 개는 나눠 주고 또 몇 개는 장식용으로도 쓰고 해야겠다. 그 옆에는 "Homes Market"표 수공예품이 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마감이 깔끔하고 포장도 앙증맞게 잘 되어 있다. 누가봐도 판매하는 제품이다. 남색에 흰 체크가 드리워진 티매트와 마카롱 모양의 양초, 그리고 솔직히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는 팔찌처럼 생긴 것들. (이건 홈즈마켓에 표시된 블로그에 들어가서 만드신 분께 물어봐야겠다.) 사람 냄새 나는 작은 소품들을 보니 어쩌면 홈즈 마켓을 운영하는 블로거와 내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제 양초

 

 

그리고 양초가 1개 더 들어 있었다. 유리병 속에 파라핀을 부어 만든 양초. 아마도 두잇 프로그램에서 만든 듯한 양초다. 뚜껑에 적힌 메리크리스마스 라는 글을 보니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은 듯한 기분도 들고 이러면 안되는데 어여 흰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되었으면 싶기도 하다. 이 유리병 양초는 아껴뒀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피워야지.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는 이따금씩 뚜껑을 열어 향기나 맡아야 겠다. 호기심에 뚜껑을 열어 봤는데 자연스러운 레몬향이 상큼하게 퍼지는 것이 자꾸만 더 맡고 싶은 그런 향이었다. 나중에 이 향초에 불꽃을 피우면 얼마나 향기롭고 예쁠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아디오스님이 직접 내린 더치커피

 

 

작은 선물 꾸러미 아래에는 크라프트 상자가 2개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속에서 폭탄처럼 생긴 둥근 병이 나왔는데 왜 자꾸만 여기에 간장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 꼭 간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커피인 그런 상황인 것같다. 아디오스님이 예전부터 커피를 보내겠노라고 얘기하곤 했었는데도. (아디오스님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두잇의 주인장이자이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둥근 병 속에는 아디오스님이 직접 내린 더치커피가 들어 있다. 더치커피. 커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더치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방울 내리고 한 방울 내리고 엄청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홀짝거리다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차마 마시지 못하겠다. 잘 보관해서 조금씩 아껴가며 먹어야지.

 

 

 

Book Cafe Do it 에코백과 책갈피

 

 

그리고 그 아래에는 "Book Cafe Do it" 이라는 글씨가 적힌 깔끔하고 예쁜 에코백도 들어 있었다. '두잇' 가방도 있었구나. 솔직히 에코백은 예상치 못한 두잇 아이템이었다. 두잇 에코백과 책갈피, 그리고 홈즈마켓 제품을 보니 이 두분은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가치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멋지다. 나도 이렇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택배 상자를 열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차례로 꺼내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다 살펴보고 나서 보니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귀한 선물들이라는 생각이 짠하게 올라온다. 달랑 문자 몇 번 주고 받았을 뿐인데 너무 쉽게 많은 것을 얻은 것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 예전에도 이렇게 받기만 했는데...... 흡.

 

 

 

최윤정 역사소설

검은 활

 

 

다행히 아직 책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꺼낸 것 중에서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책. 책 옆면에는 아디오스님이 서평단에게 보내는 편지가 꽂혀 있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불끈." 내가 리뷰하기로 한 책은 최윤정 씨가 쓴 역사소설 - 『검은 활』이다. 일단 첫인상이 준수하다. 생각보다 두께감도 있고 디자인이며 종이 재질, 가독성도 좋아 보인다. 속을 들춰보니 2015년 8월 14일에 발행된 따끈따끈한 신상에다가 저자의 사인도 들어있다. 사인북을 갖게 되다니 완전 신난다. "최윤정 작가님, 아디오스님 감사합니다." 책 표지만 봐도 흡족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 그런데 이건 뭥미? 책 제목 아래 적힌 알 수 없는 말은?  "낙랑의 단궁이 동예東濊에서 산출된다."(?) 그 밑에적힌 "『삼국지』「위서」동이전에 기록된 한 줄의 글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 『검은 활』이 『삼국지』「위서」동이전에 적힌 "낙랑의 단궁이 동예東濊에서 산출된다."는 한 줄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쓰여졌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한 줄의 글이 나를 참 아리쏭하게 만든다. 정확히 말해 저자가 『검은 활』을 쓰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는  "낙랑의 단궁이 동예東濊에서 산출된다."가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이 안온다.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으려나? 일단 『검은 활』의 전설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