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nut penguin

땅펭

 

 

클레이로 땅펭이를 만들었다.(땅펭이에 관한 글 http://ijmi.tistory.com/482) 손에 꽃을 들었으니 꽃을 든 땅펭이라고 해야 할까나. 땅콩 표면의 거칠한 질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짝 울퉁불풍했으면 하는 마음에 클레이에 폼클레이를 살짝 섞어서 몸통을 표현했다. 와플 모양이 아니라 그런지 표면은 서양배 같지만 이건 영락없는 땅콩이라며 나 자신을 세뇌시키면서 땅펭이의 모습을 완성했다. 위의 사진 참고.

 

그런데 내가 만든 땅펭이가 땅펭이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건조시키는 동안 땅펭이의 모양이 자꾸 뭉개진다아마도 그냥 클레이와 폼클레이를 섞은 게 원인이었나보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은 내려앉는 땅펭이의 모습을 최대한 온전하게 지켜줘야 할 때. 조금이라도 아래로 쏠리는 힘을 덜어주기 위해 부랴부랴 뒤에 비닐을 받혔다. 효과가 없다. 비닐 대신에 부드러운 솜베개를 받혀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땅펭이는 결국 눈사람이 녹아내리는 듯 형체를 잃고 말았다.

 

 

pear penguin

페어펭

 

 

뭉개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노란 클레이를 손에 들었다. 이번엔 땅펭이를 서양배 모양으로 변형시켜 만들었다. 땅펭이를 만들다 폼클레이의 울퉁불퉁함에서 서양배의 느낌을 받았는데 땅펭이의 프로펠러마져 서양배의 꼭지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사랑 땅펭이 비슷하게 생긴 친구가 생기면 좋아 하겠지. 얘는 배펭이라고 해아할까보다. 아니 페어펭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페어펭이라고 하면 그 이름이 어디에서 유리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페어는 pear를 또박하게 한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페어펭. 어감이 더 좋은 것같다.

 

입체적으로 만들었던 땅펭이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납작꿍이 되었던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페어펭은 단면으로 만들었다. 최대한 입체감을 살린답시고 뒷면만 평면으로 하고 3면은 최대한 입체감을 살렸다. 그런데 이것도 무리였나보다.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았는지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그 걸 바로 잡는다고 잡았는데 스스로 변형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는 페어펭이 되었다. 사실대로라면 몸통이 돌아가버린 것이지만. 아무래도 클레이 작업은 이만 접어야 할까 보다.

 

여기에 땅펭이와 페어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이자면...  땅펭이가 꼭지를 잃어 버리고 울고 있는 페어펭에게 자신의 프로펠러를 떼어 선물했다고나 할까나. 그러고 나서 땅펭이는 머리 위가 허전했다고. 뭐. 그렇게 땅펭이와 페어펭은 서로 친구가 되었다.

 

 

 

 

주의.

땅펭이와 페어펭의 저작권은 제이미에게 있습니다. 무단사용은 절대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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