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

잡담이 능력이다

 

 

뻘쭘한 순간이 있다. 특히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인사를 한 후 어정쩡하게 계속 옆에 있어야 할 때. 딱히 뭐라 할 얘기도 없고 눈치를 보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곤 한다. 그래서 『잡담이 능력이다』라는 책 제목에 공감이 됐다. 30초 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 잡담이라니. 왠지 『잡담이 능력이다』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다 적막이 흐르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어색함이 생기지 않게 잡담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등의 유익한 조언을 해 줄 것같다.

 

그런데 이거 처음부터 웬 괘변?

 

"'잡담=알맹이 없는 이야기'는 정답이자만, '잡담=필요 없는 이야기'라는 말은 큰 오해다. 잡담에는 알맹이가 없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잡담이 능력이다 p.21)

 

난 한번도 잡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말이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대화에는 용건이 있는 대화와 용건이 없는 대화(잡담)이 있는데 용건이 있는 대화는 알맹이(용건)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용건이 없는 잡담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하는 대부분의 대화는 용건이 있는 대화가 아니라 주로 잡담이라고. 잡담은 분위기를 만들어 용건이 있는 대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한 요소라 하겠다. 그러니 잡담을 잘 하는 게 능력이다.

 

이어서 저자는 잡담을 잘하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면서 상황에 따른 대화법을 예로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이미 나도 하고 있는 방법인데... 스쳐지나가는 상황에서야 짦막하게 대화를 하고 헤어지니 괜찮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또 적막이 흐르고 그러다 어색하게 작별을 고했던 기억만 난다. 그러다 딱 한가지. 내게 필요한 것을 발견했다. '능숙한 어리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웃집 아줌마가, "떡 좀 맛보라"며 말을 걸어왔다고 하자. 하지만 당신은 단긋을 싫어한다.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①"괜찮습니다"하고 그냥 사양한다. ② "단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라고 이유를 말한 후 거절한다. 이러새는 곤란하다. 먹지 않겠다는 대답을 해서는 안 된다. 어리광이 서툰 것이다. 이럴 땐 그냥 "잘 먹겠습니다", "우와! 맛있겠어요"가 정답이다. 처음에 사양하다가 나중에 받아들이는 것도 아직 부족하다. ...(중략)... "맛있어요"라고 말한 후, 떡이 남아 있는 것 같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죄송한데 하나 더 맛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잡담이 능력이다 pp.200~201)

 

그래서 상대가 어리광을 허용하는 상태를 만들어 귀여움을 받는 것. 흐악.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것같다. 오늘도 나보고 잠깐 기다리라며 잠시 사라졌다가 사탕을 한움큼 들고 돌아온 분에게 단박에 사양해버렸는걸. 난 왜 그냥 받아두는 게 안되는 건지. 한번씩 뒤늦게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었다는 얘기를 전해 듯기도 하는데 그런데도 막상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 거절하고 있는 나. 특히나 어머님들이 음식을 막 입으로 갖다 넣어주려고 하면 어찌나 껄끄러운지 그래서 포장되지 않은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도무지 나눠주지 못하겠고. 그러니 사람들과 부대끼고 잡담을 나누는 게 힘든가보다. 에효.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실천이 안되니 이 '능숙한 어리광'이라는 것은 나에게 정말로 큰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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