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을 받고 유명해진 채식주의자. 첫 시작은 역시! 과연! 수상작이구나 싶었는데 이야기가 점점 변태적으로 빠진다. 취향의 차이라 하기에도, 예술이라 포장하기에도, 참 거시기하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영혜의 언니를 보며 나랑 비슷한 점을 발견했고 이 또한 사람살이구나 싶었다.

"그녀는 영혜의 운명에 작용했을 변수들을 불러내는 일에 골몰할 때가 있었다.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채식주의자 p.192)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이이에 불과했다."(채식주의자 p.19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