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던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보니깐 확장자명이 이상하게 바껴 있다. 실수로 저장이 잘못되었나 싶어 확장자를 바꾸었는데도, 연결 프로그램을 새로 설정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옆에 못보던 파일이 보인다. "READ_ME"라는 이름의 텍스트 파일. 뭔가 심상치 않다. 다른 파일들은 어떤가 싶어 찾아보니 죄다 이상해져 있다. 그리고 각 폴더마다 READ_ME.txt 파일이 있다. 이상하게 바뀐 확장자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딱 그 날짜에 작성된 글이 몇 개 보인다. 랜섬웨어란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경우 크게 4개의 선택지가 있다. 1. 복호화 도구가 개발된 경우 치료한다. 2. READ_ME 파일에 적힌 주소로 들어가 돈을 지불하고 백신을 받는다. 3. 랜섬웨어 복구업체에 맡긴다. 4. 생존한 파일을 백업한 후 컴퓨터를 완전히 포멧한다. 1번의 경우가 가장 좋지만 나의 경우 최근에 생긴 것이라 복구업체에서 이름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벌써 복호화 도구가 개발되었을리 만무하다. 포기. 2번과 3번의 경우 최소 3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100% 복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비용에 비해 비효과적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4번.

눈물을 머금고 살아남은 자료를 살펴본다. 한글로 작성된 문서는 죄다 날라갔다. 지난 날 내가 공부하고 작성한 것은 모두 내 머릿속에 들어 있으리라 믿기로 했다. 그나마 사진파일과 음악파일은 타격이 적었다. 백업할 때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 파일에 대비해 파일별로 인터넷 저장소에 업로드해야 하므로 보존 가치가 높은 자료를 추스린다. 그런데 이거 도대체 언제 끝난다냐. 혹시나 또 당할 줄 모른다는 불안감과 지금 생존한 파일만이라도 꼭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넘 힘들고 짜증난다. 언젠가 디지털 자료를 정리하긴 했어야 했지만 왜 이게 지금 내 생활에 1순위가 되어야 하느냐고. 흑흑. "READ_ME"야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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