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의 하소연

 

 

제이미      

                                   

매끈매끈 가지런한 일자단발
갈수록 꼬불꼬불 엉망진창
쓸수록 개털 되는 요 내 머리
이제는 빗질도 힘들어라

 

세월을 탓하랴
유능한 내 머리를 탓하랴
찰랑찰랑 윤기 나던 머릿결
되찾고 싶어

 

매직을 해야 하나?
영양을 줘야 하나?
어디 유능한 헤어디자이너 없나요?
저 좀 도와줘요!!

 

 

 

 

 

 

 

 

어느 날 방빗자루가 나에게 하소연했다. 시집살이요를 부르는 아낙이 "삼단같던 요 내 머리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하며 투정부리는 어투로 머릿결이 엉망이 되었으니 어떻게 좀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니깐 어느 사이엔가 빗자루의 머리카락 끝이 꼬불꼬불해지고 엉키고 말이 아니었다. 먼지도 달라 붙고 인간의 머리카락도 같이 얽혀 있었다. 그러니 빗자루질을 해도 먼지랑 머리카락이 그대로 바닥에 남아 있지. 빗자루 머리를 감겼다. 그리고 머리빗 하나를 꺼내 빗자루를 빗질했다. 그 빗은 빗자루에게 주었다. 선물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2008부터 빗자루의 머릿결을 관리해 주고있다. 그 덕에 빗자루는 만 8년이 다되도록 매일같이 온 집안을 쓸고 다녔지만 별로 늙지 않았다. 그래. 빗자루에게도 빗이 필요하다.

 

 

 

 

comb for a broom

빗자루 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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