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Essensvernichter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p.128~129)

 

 

"매년 총 13억 톤의 식량이 헛되이 생산되고 있다. 이는 사하라 남쪽에 있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총량에 맞먹는다. 선진국 혹은 산업국가에서만 매년 2억 2200만 톤의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 사는 사람들은 연평균 95~115킬로그램의 식량을 쓰레기로 버리는 반면, 10억 명의 사람들은 극단적인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결국 식품생산에 투입했던 자원도 낭비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불필요하게 대기로 방출되는 셈이 된다."(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61)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먹을 음식이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덜 먹고 나누면 굶어죽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 있을 텐데 한쪽에서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고 있으니 말이다. 이거 보통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다. 왜 우리는 남아도는 음식을 음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빚어낸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는 전 세계의 식량 생산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식량 생산 시스템이 전 세계에 걸쳐 극단적으로 상업화되어 있어 어이없을 정도로 식량 낭비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 세계의 식품 가운데 3분의 1은 이미 수확 과정에서,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5) 선진국에서는 심지어 절반 가까이가 버려진다고 한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를 읽으면서 때로는 너무나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고 어처구니 없는 유통 시스템에 공감할 수 없었다. 모양, 크기, 색이 조금 다르다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니 말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독일의 현실에 분통이 치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가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내가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조차 익숙하게 생긴 것을 고르는데 판매자가 팔리지도 않을 다르게 생긴 것은 애당초 들여 놓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유통기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에서는 마트에서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면 오래된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고 고발한다. 처음에는 유통기한도 남아 있고 충분히 먹어도 되는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유통기한이 최대한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찾아 바구니에 담던 나의 소비 습관을 떠올리니 충분히 납득이 된다. 내가 마트에서 멀쩡한 음식을 버리도록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충격적이다. 공익광고를 통해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경제적 가치로 얼마나 된다. 음식을 남기지 말고 깨끗이 비워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음식 낭비의 아주 적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보다 수십 배나 많은 양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 전에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에는 개인의 소비 습관이 한몫하고 있었다.

 

개인의 소비 습관에도 문제가 많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엄청난 과잉생산과 식량 파괴에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소수의 농업과 화학 분야의 기업연합 수장들, 은행과 주식 투기꾼들이다."(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233) 때문에 식량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사라지는 자원을 고려할 때 더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부가가치사슬(공급망)에서 손실을 피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특히 식품의 경우에 그러하다. ... (중략) ... 전 세계에서 손실되고 낭비되는 양은-FAO에서 요구하듯이-앞으로 15년 안에 절반은 줄여야만 한다.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는 아주 간단한 원칙 'RRR'을 마음에 새겨둔다. 줄이기(reduce), 재분배하기(redistribute), 재생하기(recycle)."(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232)

 

'RRR'은 정치적으로 음식의 낭비를 막자는 프로젝트이다. 음식의 보관, 운반, 포장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량을 줄이고 팔고 남은 음식은 재분배한다. 또 식품 찌꺼기를 재활용해 에너지나 가축 사료를 생산한다.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기한의 문제이다. 유통기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에서 지적하듯 먹어도 되는 음식을 버리는 데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음식의 맛, 색, 냄새 등을 통해 충분히 음식이 상했는지 분별할 수 있음에도 유통기한에 의존하여 먹어도 되는 음식을 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식품의 포장지에 찍힌 유통기한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유발하며, 많은 식품들이 아직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이 유통기한이란 그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식품을 그 기간까지 보증한다는 뜻이므로 좀더 적절한 개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영어 표현인 'best before'가 훨씬 더 도움이 된다."(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237)  

 

최근 우리나라에서 점차적으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고 있는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긍정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의 한 대형마트에서처럼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에서도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을 나눠주면 그 효과가 더욱 좋을 것같다.

 

"네덜란드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 '점보'는 최근에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유통기한이 이틀 남은 물건을 진열장에서 발견하는 손님들은 그냥 가져가도 된다는 것이다. ... (중략) ... 고객들은 가능하면 유통기한이 긴 제품만 찾는 게 아니라, 예전 같았으면 분명 폐기될 물건들을 찾는 것이다.  ... (중략) ... 몇몇 슈퍼마켓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약간 훼손된 제품만 싸게 팔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이런 식의 가격할인을 꺼린다. 그러다 가격체계가 망가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p.248)

 

책의 후반부에 음식 쓰레기 재활용을 선도하는 국가로 일본, 대만과 함께 한국이 소개된다. 한국 음식이 너무 맵고 짜서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수 사례로 소개되는 것을 보니 괜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배출해야겠지만 이왕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더욱 잘 분리해 배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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