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OT HI-TEC-C 펜

 

 

PILOT 사의 하이텍씨 펜입니다. 중1때 처음 접해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제가 가장 애용했던 펜이지요. 처음 이 펜을 사기 시작할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에게 한자루에 2000원이나 하던 고가의 펜이었음에도 볼펜똥도 나오지 않고 가늘게 잘 써지는 것이 좋아서 색별로 하나씩 사다 모아 팔뚝보다 굵은 필통에 한가득 채워 다녔었어요. 필통 속에 다른 필기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하이테크 펜이었습니다. 교과서와 노트에 필기할 때는 물론 심지어 암기를 할 때에도 종종 하이테크 펜을 썼습니다. 0.4mm와 0.3mm 굵기의 펜을 주로 썼는데 0.4mm는 부드러운 대신 엄청나게 잉크가 빨리 닳았고 0.3mm는 까끌까끌한 느낌으로 0.4보다 오래 쓸 수 있었어요. 이건 펜을 무사히 끝까지 다 썼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에요.

 

정말이지 이 펜의 최대 단점 - 펜촉이 쉽게 망가지는 거예요. 펜촉의 내구성이 얼마나 약한지 어디에 살짝 떨어뜨리거나 필기하다 힘이 좀 세게 들어가면 그대로 망가져 버려요. 한창 이 펜을 쓸 떼에는 필기할 일도 많고 해서 금방 금방 다 썼고 혹여라도 심이 망가지면 다 쓴 펜의 심으로 바꿔 끼워 써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펜을 그렇게 많이 쓸 일이 없는 요즘 잉크를 채 절반도 쓰지 못하고 고장난 펜만 자꾸 쌓이네요. 다 쓴 펜이 생기면 심을 바꿔끼워 쓰려고 고장난 펜을 따로 모아 둔 게 한주먹 넘게 있었어요. 지금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몇 자루만 남아 있네요. 이젠 더이상 가망이 없는 것같아요. 깔끔하게 잘 써지는 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 굳이 이 펜을 고집할 필요도 없구요. 해서 남아 있던 고장난 하이테크 펜을 처분하기로 했어요. 하이텍씨와 영영 작별을 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렇게 사진을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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