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함께하는 그녀의 작은 사치

여자의 시간

 

 

블로그 이웃님이 소개해 준 책. 여자의 시간. 책을 소개한 글만 봐도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이고 예쁜 느낌이 물씬 풍겼다. 기회가 되면 읽어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에 여자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포착되었다. 설마 예전에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본 그 책?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홍차에 관한 내용을 보니 그 책이 맞나보다.

 

홍차의 따스함에 스며들 듯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한 때 나도 홍차를 수집하며 매일같이 홍차를 우려내곤 했었는데. 홍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나날이 떠오르며 찬장 깊숙히 묵혀 놓은 홍차라도 있으면 꺼내다 우려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찬장에서 홍차가 사라진지는 오래. 대신 홍차처럼 진한 색이 나는 보이차를 꺼냈다. 보리차마냥 물처럼 마시기 편한 보이차. 따뜻한 보이차와 함께 책을 읽으며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구절을 옮겨 놓는다. 

 

"이러한 취향이 한껏 발휘될 수 있는 대표적인 일상의 때는 바로 차를 마시는 '티타임'의 순간들이다. 차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차를 우리고 담아내는 모든 차도구들은 삶을 살아감에 있어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매 순간 예쁘고 고운 모습과 환경 속에서 지내고자 하는 개인적인 취향과 욕망을 실현해주기에 충분하다.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취향과 차에 대한 마음을 잘 표현할 수도 있고,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계절이나 상황에 집중해 원하는 모습의 표현 또한 가능하니 말이다. 이러한 연유로 언제나 티타임의 시간을 가질 때면 나만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해석되길 바라며 진심을 담아 차와 다구들을 고른다."(여자의 시간 pp.91~92)

 

"함께 차를 나누고, 때로는 함께 우려 마시며 차를 넘어 여러 가지 아야기들을 나눈다. 꿈과 사랑, 행복, 친구와 가족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티타임에 언제나 가장 중요한 화제가 된다. ...(중략)... 차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멋진 선물은 바로 티타임의 순간, 나 자신이 주인공임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테이블 위가 되었든, 어디가 되어썬 티타임의 순간들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된단. 우리에게 있어 차와 마주한 순간은 내가 주인공임을 만끽하는 시간들이다."(여자의 시간 pp.8~9)

 

"예상치 못했던 가슴 아픈 일들, 쓰라린 그 아픔들을 대할 때마다 내겐 찻잔으로 향하는 마음이 있다. 외롭거나 슬플 때 그 마음은 더욱 아련하며 간절해진다. ...(중략)... 서로 향하는 마음. 찻잔과 홍차에 향하는 마음. 그리고 찻잔과 홍차가 내게 전해주는 마음. 골라 놓은 아름다운 꽃 그림 찻잔에 향긋한 홍차를 따라내 마시고 나면, 정말 요술처럼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곤 한다. 내 마음속 남겨진 생채기들을 치료하는 마법의 연고 같은 존재들인 셈이다."(여자의 시간 pp. 428~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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