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tegist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두꺼운 양장본에 달장 적힌 the strategist. 첫인상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따분하고 지루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수면제가 따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속의 내용이 궁금하다. 일단 읽어나 보자.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쉽사리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옆에 두고 며칠 동안 표지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표지를 넘기고 글을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술술 읽어버렸다. 처음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흥미롭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역시나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첫인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전세계 0.1%의 글로벌 리더에게 허락된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의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 낸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각 강의마다 질문을 하나씩 던지며 전략가의 길을 안내한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당신은 전략가인가?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가?

목적을 어떻게 현실로 바꿀 것인가?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전략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전략가로 성공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경영 역사 속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매스코(Masco Corporation)의 실패와 이케아(IKEA)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찌(Gucci)의 경험을 토대로 목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이어서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다양한 기업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관계를 매개로 하여 전략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며 강의를 마무리한다. 

 

책을 읽어보니 전세계 0.1%의 글로벌 리더에게 허락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지만 0.1%에게만 제공할만한 특별함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책으로 출간하여 대중화한만큼 누구에게나 공개할만한 내용으로 맛보기만 선보이는 게 당연하겠지. 그래서 말인데 추천인의 말처럼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레고 블록을 아이 손에 쥐어 준 뒤 웅장하고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옆에서 길잡이해 주는 유치원 선생님"(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7)같다. 쉬운 내용만 겉햝기 식으로 일러준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를 통해 세계적 석학 신시아 A. 몽고메리를 만났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겠다. 아래에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 훌륭한 전략의 특징과 전략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노트해둔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이는 기업의 리더라면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전략은 모든 기업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기업문화가 아무리 훌륭해도, 회사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당신의 동기가 아무리 고상해도 기업의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위험하다."(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34)

 

"기업의 목적에서 퍼포먼스의 차이가 시작된다. 기업의 생존과 성공에 있어 그 기업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채우려 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는 전략가라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포지셔닝, 차별화, 부가가치, 심지어 기업효과까지, 기업 경영자들의 대화에 등장해온 전략의 모든 개념은 목적에서 비롯된다."(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97)

 

"전략가의 업무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전략적 모멘텀을 확보하여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매일 뒤엉킨 존재로 살아가느 조직과 리더가 맞서야 하는 도전이다. 그 도전은 전략가가 내려야 하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내려야 하는 여러 번의 선택이다."(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p.262~263)

 

 

 

 

훌륭한 전략의 특징

 

분명하고 강력한 목적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을 목적지에 데랴다줄 수 있는 길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직은 어떤 분명한 이유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

 

진정한 가치창출    중요한 차이를 갖고 있는 조직은 가치를 창출한다. 만약 그런 조직이 사라진다면 고객과 협력업체들은 그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기업은 어떤가?

 

분명한 선택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시도할 경우 어느 하나도 잘 해내기가 어렵다. 당신의 기업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가?

 

맞춤형의 가치창출 시스템   위대한 시행의 첫 단계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행동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이 체계에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조정되고 서로를 강화시켜준다. 어떤가, 당신의 기업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는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의미 있는 측정기준   투자수익률과 같은 전체적인 성과 측정기준은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지만, 당신의 전략에 맞춰진 핵심적인 성과동인이야말로 더 훌륭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 동인들은 거대한 열망을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로 나누고 중요한 것을 향해 행동을 이끌어준다.

 

열정   이 개념은 모든 훌륭한 전략의 핵심이다. 가장 평범한 업종에서도 눈에 띄게 서공한 기업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198)

 

 

 

전략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신중하게 다듬은 전략과 그 전략을 담아내는 선언서는 기업의 방향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을 정해주고 기업의 활동을 이끌어간다. 또한 당신이 당신의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설득력 없는 전략과 선언서는 그 반대의 일을 한다. 이런 함정을 피하라.

 

1.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단순히 서적 출판업에 종사한다든지, 철강업이나 스포츠 마케팅에 종사한다는 표현은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다. 그 분야에서 당신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라. 고객이 당신의 전략 선언서를 읽고 당신을 알아볼 것인가? 직원들은 어떤가? 픽사(Pixar)는 영화를 만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잊지 못할 등장인물과 모든 연령대의 관객에게 어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2. 트레이드오프가 없다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소중할 수 없다. 그런데 많은 설득력 없는 전략과 전략 선언서가 암묵적으로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런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3. 표현이 공허하고 진부하다

믿을 수 있는 세부 내용이 뒷받침해주짖 않는 장대한 선언서는 공허하다. '뛰어난 선두'나 '현저한' 같은 표현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지 못한다. 전략 선언서는 기업이 특히 무엇을 잘 하는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을 때 신뢰성을 얻는다.

 

4. 방법을 잊어버린다

설득력 없는 다수의 선언서들은 '무엇'은 열렬히 말하지만, '어떻게'는 잊어버린다. 기업이 경쟁우위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활동과 자원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읽는 사람은 그 '방법'을 통해 당신이 하는 일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저가 생산업체이다."와 "우리는 듀퐁의 독점점인 기술을 이용하여 세계 최대의 이산화티타늄 공장을 운영하는 저가 생산업체이다." 중 어떤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

 

5. 고객을 배제시킨다

당신이 누구를 만족시키는가가 당신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당신이 활동하는 경기장을 규정할 뿐 아니라 당신이 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한지를 궁극적으로 결정해줄 사람이 누구인지도 말해준다.

 

6. 대단히 흐리멍텅하다

초안 상태의 전략 선언서는 대부분 확신도, 영감도 없이 계속 웅얼거리기만 한다. 전략 선언서를 쓰고자 한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아보라. 이 기업을 위해 일하고 싶은가? 이 기업의 물건을 사고 싶은가?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p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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