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어렸을 적 백설공주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반복해서 비슷한 경로로 위험에 처하는 백설공주가 답답했다. 하지만 한번도 백설공주가 왜 그렇게 당하고도 또 문을 열어 주었는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는 이러한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그 이유도 모색한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비롯하여 어렸을 때 접했던 수많은 동화 속 이야기에 의문을 던진다. 사람이 된 피노키오는 행복했을까? 왕비는 왜 자꾸 거울을 보았을까? 왕자는 왜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았을까? 미녀는 왕자로 변한 야수를 사랑했을까? 등. 나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에 저자는 의문을 품고 왜 그랬는지, 어떻게 되었을지 이야기 한다. 그 중에서 라푼젤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그 발상이 정말 재미 있고 통쾌하다.

 

"내가 라푼젤이라면?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에 대한 애착을 집어던질 테다. ... (중략) ... 나는 내 스스로 머리를 잘라 그 머리로 밧줄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팔 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키로 근육의 힘을 기른 뒤, 머리카락 밧줄을 타고 유유히 탑을 빠져나가리라. 머리카락을 잘라 내어 한결 가벼워진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며 새로운 생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리라. 혼자 힘으로 탑을 빠져나온 나인데, 다른 무슨 일인들 못할까."(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pp.191~193)

 

동화 속 이야기에 던졌던 "왜?"라는 질문은 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설정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교사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동화를 학교로 가지고 온다. 백설 공주의 여왕 - 거울 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 이불 공주, 빨간 구두(분홍신) - 슬리퍼, 라푼젤의 머리 - 머리카락 길이 등. 동화 속 상황을 학교로 연결하여 가지고 온 것이 참신하다. 하지만 이렇게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돋보이게 발산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독자층을 포섭하려 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된 것 같다. 청소년 도서라고 보기에는 학생의 일탈된 행동(교칙 위반)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렇다고 (학생들을 이해 못하는) 어른이 보기에는 학생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만 담고 있다. 부제목에 달린 사회학이라는 이름이 거창하기만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