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acinth

히아신스

 

 

양파인 줄 알았다. 붉은 빛이 도는 자색양파. 그런데 싹이 양파 치고는 굵고 튼실해보이는 게 양파가 아닌가보다. 하긴. 설마하니 꽃집에서 양파를 싹틔워서 팔지는 않겠지. 그래서 꽃집 주인에게 물어봤다. 이 양파 같이 생긴 식물은 히아신스라는 꽃이라고 한다. 꽃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나중에 여기서 줄기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 그 향기가 정말 진하고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에 들어오면 꽃향기가 먼저 반긴다고 키워보면 정말 좋아할 거라면서 물에만 담가 놓으면 되니 키우기도 쉽다고 강력 추천했다. 사실 물주기가 참 어려운데 수중에서 키우는 거라면 어렵지 않을 것같다. 최근 철쭉이 집에 데려온지 2주만에 갑자기 말라비틀어져 죽어버린 바람에 마음이 상했었는데 히아신스로 새로이 도전해봐야겠다.

 

 

 

히아신스가 집에 온 날.

꽃집에서 구입한 히아신스. 가격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채로 5000원.

 

 

알아보니 히아신스는 흰색, 분홍색, 빨간색, 보라색이 있는데 흰색 히아신스는 구근의 색이 하얗다. 이건 구근 껍데기가 붉은색이니 흰색 히아신스는 아니겠고 분홍 꽃이 필지 빨간 꽃이 필지 아니면 보라색 꽃이 필지 궁금하다. 기대 기대. 

 

 

 

 

일주일 후.

 

 

일주일 후. 히아신스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대가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무슨 색 꽃이 필지 몰라 궁금해했는데 진한 분홍색 꽃이 피었다. 분홍색 히아신스는 색이 허여멀건하니 이건 아마도 빨간색 히아신스인가보다. 솔직히 청보라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진분홍도 예쁘다.

 

 

 

 

열흘 후.

 

 

 

 

 

2주 후.

 

 

싹 난 양파같이 생겨서 호기심에 사가지고 왔는데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어나니 신기하다. 화병에 물만 채워놨을 뿐인데. 아래 쪽 꽃봉오리부터 피기 시작하는 데 너무나도 질서 정연하게 과학적으로 꽃이 핀다.

 

 

 

 

히아신스 꽃

 

 

하지만 꽃의 생김새는 내 취향이 아니다. 줄기에 달린 작은 꽃 하나만 보면 예쁜데. 이렇게 무리를 지어 다닥다닥 붙여 있으니 징그러워 보인다. 그리고 꽃 향기도 내 취향이 아니다. 꽃집 아저씨는 향이 좋다고 그랬는데 나는 히아신스의 향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나마 멀리서 방문을 여닫을 때 살짝 풍기는 향은 꽃향기다 싶기도 하지만 근처에만 가도 멀미 증세가 나타난다. 머리가 띵하고 속도 괜히 메스꺼워진다. 꽃 향기가 진하다고 하던데 이렇게까지 독할 줄이야.

 

게다가 히아신스가 개화하기 시작하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가보다. 추운 겨울에 꽃가루 알레르기로 사흘을 고생했다. 날이 따뜻해지면 또 겪게 될 것을 생각하니 또 코 끝이 간지러워지는 것같다. 주변에 마땅히 아는 사람도 없고 추운데 밖에 내다 놓을 수도 없고. 해서 장이 서면 꽃집에다 돌려주려고 했는데 꽃집이 안와서 그냥 키웠다. 히아신스가 나에게 시련을 잔뜩 안겨준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었다면 히아신스를 키우면서 구근식물에 대해 알게되었고 꽃 피는 과정을 관찰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꽃이 필 때는 서서히 변화가 생기더니 꽃이 다 피고나니 이내 곧 시들어버렸지만.

 

 

 

 

히아신시 꽃이 진 후.

 

 

히아신스 꽃이 진 후에는 구근을 키워야 한다. 히아신스 같은 구근식물은 구근의 크기에 비례하여 꽃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다음 해에 커다랗고 튼튼한 꽃을 피우고 싶다면 꽃이 진 이후 구근을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구근을 영양분을 모조리 써버린 꽃대를 잘라준다. 그리고 수경재배를 하고 있었다면 구근이 영양분을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흙에다 옮겨 심는다.

 

히아신스는 흙이 마르면 한번씩 물을 흠뻑 준다. 악마의 물주기를 뽐내는 내 손에서도 이파리가 쨍쨍하게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히아신스의 물주기는 그리 까다로운 것같지는 않다. 벌써 꽃이 진 후 4달째 이 모습. 하지만 물주는 것을 깜박하곤 해서인지 아니면 흙에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구근이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갈수록 구근이 쪼그라드는 게 아무래도 이듬해에 다시 꽃을 보긴 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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