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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쌈지

 

 

바늘쌈지를 만들었어요. 바늘쌈지는 그닥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었는데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되어서 말이죠. 그동안 바늘을 원래 들어 있던 종이 주머니에 넣어서 보관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바늘이 하나 둘 위험한 가출을 하네요. 그 덕에 종이 주머니에 구멍이 점점 더 커지더니 급기야 한 면이 다 찢어지고 말았어요. 바늘이 단체로 밖으로 나와 반짇고리 안을 누비고 다녀요. 정말이지 바늘쌈지가 따로 있어야 할 것같아요.

 

그런데 펠트지로만 만들면 자칫하다 뾰족한 바늘이 펠트지를 뚫고 나와 위험할 거예요. 펠트지 사이에 종이를 덧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때 떠오르는 것은 단연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우유팩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집에 재활용 대기중인 우유팩이 하나도 없네요. 다음에 만들어야 할까봐요. 그 때 예전에 호기심에 사서는 집에 모셔두기만 한 종이원단이 떠올랐어요. 종이원단이라면 충분히 두껍고 빳빳해서 바늘이 쉽게 뚫고 나오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종이원단은 우유팩처럼 펠트지 사이에 넣어서 만들지 않아도 되니 만들기도 한결 쉬울 것같아요.

 

처음부터 종이원단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니 안전하게 먼저 복사지로 바늘쌈지 커버 모양을 만들었어요. 만들었다고 해봐야 종이를 몇 번 접어본 게 다지만 대강의 크기를 잡고 나면 팰트지와 종이원단을 재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요. 종이원단은 처음 써 보는데 듣던대로 바느질하기가 힘드네요.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했어요. 골무가 왜 필요한 건지 알겠어요. 대강 홈질로 테투리를 두르고 똑딱단추와 포인트 단추를 달고나니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져 가네요. 바늘쌈지 표지를 만들고 그 안에 속지로 살구색 펠트지를 접어 넣었는데 색이 잘 어울리네요. 이제 바늘을 안전한 새집으로 옮겨야겠어요.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바늘쌈지인 줄 모르겠어요. 이렇게만 보면 카드지갑이라고 해도 믿을 것같아요. 사실 집에 전혀 쓴 적 없는 이불용 바늘이 있어 크기를 가늠하다 카드를 대고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카드지갑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 주인만 알아보는 바늘쌈지가 만들어졌어요. 다음번엔 같은 방법으로 카드지갑을 만들어 볼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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