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Political Equality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는 민주주의의 대가 로버트 달(Robert A. Dahl)이 지필한 마지막 책이다. 평생 민주주의를 연구하던 학자가 마지막 책을 남가면서 왜 연구 주제로 정치적 평등을 택했을까? 마지막이니 만큼 그의 연구를 종합 정리하여 나온 민주주의에 관한 무언가를 남기지 않고 말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 달은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서문에 그가 다시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연구하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정치적 평등은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다."(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p.6) 그럼에도 정작 정치적 평등에 관해 잘 알지 못한 상태로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이 크게 진전되어 왔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까? 아마도 로버트 달은 그의 연구를 마무리하며 그의 평생 연구 주제였던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로 돌아가고자 한 것같다.

 

그래서인지 로버트 달은 아주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지며 정치적 평등에 관해 고찰해 나간다. 정치적 평등은 이성적으로 합당한 목표인가?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정치적 평등을 추동하는 것은 이성적 힘인가 아니면 감정과 열정의 힘인가? 그리고 정치적 평등을 제약하는 장애 요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장애 요인으로 인하여 정치적 불평등은 더욱 확대될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노력으로 정치적 불평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정치적 평등같이 "우리가 현실에서 추구하는 도덕적 목표나 윤리적 목표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과 열정에 의해 추동된다."(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p.47) 그래서 "특정 시대나 공간에 따라서 이기주의나 감정이입, 공감, 합리성, 언어, 의사소통 등의 요소를 잘 조합한다면 일단의 인간 집단이 멀리 떨어져 있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알 수도 없는 타인들의 기본권(정치적 평등에 필수적인 기본권을 포함하는)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는 문화와 제도(정치 문화와 정치제도를 포괄하는)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정치적 평등에 관해서 p.59) 하지만 정치적 평등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언제나 ① 정치적 자원, 기술, 그리고 유인의 불평등한 분배, ② 더는 축소할 수 없는 시간의 한계, ③정치체제의 규모, ④ 시장경제의 확산, ⑤ 중요하지만 민주적이지 않은 국제 체제의 존재, ⑥ 국내 갈등이나 내전, 외국의 침략, 국제전, 자연재해, 기아, 경제불황, 실업,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심각한 위기 같은 장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평등이란 (내 관점에서 보면) 달성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이상이며, 우리에게는 이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만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 물론 정치적 평등을 유지하는 데에는 아주 거대한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더구나 우리가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음도 분명하다. 특권계층이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강력한 인간적 정서 내지 감정에 의해 추동될 수 있다. 이런 인간적 감정은 불러일으켜질 수 있으며,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이성의 도움으로 정치적 평등이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p.64)

 

마지막으로 로버트 달은 정치적 평등의 미래에 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 놓는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정치적 평등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이상과 정치적 평등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복지나 행복을 향한 인간의 근본적이고 강력한 충동에 의해 시민권의 문화(culture of citizenship)가 촉진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다. 이 가운데 어떤 미래가 현실화될지는 우리 인간이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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