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제목이 재미있어 꺼내 들었다. 『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표지 안쪽에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렇지만 태어날 때 생각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지금 나는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생각들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게 아니며 내가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더구나 내 생각 중에 잘못된 게 있어도 나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지금껏 갖고 있던 생각을 뒤짚을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추천하는 글을 읽고「이긴 자가 다 갖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두 번째 글 「비싼 돈 주고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그 아름다운 바보짓이 세상을 살려!」를 보니 이 책은 청소년 도서였다. 일반도서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던 나로서는 왠지 살짝 속은 느낌이 들었지만 짜임새 있는 내용에 『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에 수록된 7편의 글을 모두 읽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 거꾸로 생각할만한 부분은 딱히 없었다. (그러니 청소년 도서이지.)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답답하고 울분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내용은 청소년기 때부터 바로 알고 올바른 관념을 형성하는 게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기록에 남긴다.

 

 

01. 「이긴 자가 다 갖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긴 자가 다 갖는 승자독식이라는 게임의 법칙은 8자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엉뚱한 희망을 갖게 하고, 그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도록 할 뿐이다. 소위 '우아한 직업'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정규직, 5급 이상의 공무원, 공기업 정규직은 고작 5%가 채 넘지 않는데, 이들 역시 자신의 임금만으로 내집을 마련하고 진짜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31)


 

02. 「비싼 돈 주고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그 아름다운 바보짓이 세상을 살려!」

 

"어떤 이는 자봊주의의 틀을 유지하는 한, 공정무역 체계는 결국 자본주의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지. 특히 후진국 빈곤의 근본 원인인 정치·경제, 군사·외교,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외면하고 일부 품목들의 '공정거래'에만 치중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효과가 나타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별 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 물론 이런 지적들이 다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무역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이것을 하면서도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다른 부분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 그런데 문제는 공정무역조차 그 자체가 내세운 가치들을 오전히 실현을 못하고 있을 때야"(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57)

 

 

03. 「과학기술만 발전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니야, 행복은 우리가 직접 만드는 거라고!」

 

"오늘날 과학기술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순서대로 연구, 개발되는 게 아니라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순서대로 연구, 개발되고 있어. 사람의 생명,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도 돈벌이가 안 된다면 뒤로 밀리는 게 현실이야.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무관한, 아니 어쩌면 오히려 불행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75)

 

 

04. 「내 것 남 주면 손해라고? 아니야, 함께 나누면 더 커져!」

 

"나치가 유태인과 집시, 동성애자들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는 몇 해 동안 600만 명을 죽였고, 이것이 인류 최대의 대량학살로 알려져 있지. 그런데 에이즈하나만 보더라도 지금 지구상에서는 약이 있는데도 1년에 300만 명이 죽어 가는 홀로코스트가 벌어지고 있어. 이러한 사실상의 대량학살을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몇몇 선진국들이 정당화하는 근거는 다름 아닌 '특허권의 보호'라는 거야."(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87)

 

"지금 세계에서는 한 해에 1,400만 명이 약을 두고 죽어.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어 가고 있는 거지. 에이즈 3백만 명, 말라리아 2백만 명, 결핵 1백만 명 등."(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98)

 

 

05. 「시, 소설 안 읽고도 여태껏 잘만 살았다고? 문학은 '사람답게'사는 길을 비추는 거울이야!」

 

"사회 지식보다 사회 의식이 중요하고, 역사 지식보다 역사 의식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의식을 키울 것인가. 앞에서 얘기했듯 시와 소설을 가까이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시와 소설을 읽고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개인적인 사소한 일 같지만, 아닙니다. 내 삶을 돌아보고 그를 바탕으로 세상에 적극 참여하는 사회 행위인 것입니다."(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p.124~125)

 

 

06. 「가진 게 없어 나눌 수 없다고? 가난하니까 더 나누어야지!」

 

"참 신비롭고도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많이 갖고 힘이 셀'때보다 힘없고 약할 때 더 많이 나누게 된다는 거야.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없을 때는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 있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을 저절로 배우게 되지. 내게 없는 것이 있으니 다른 사람 없는 것이 눈에도 들어오고 마음에도 들어오고 말이야. '가난'과 '부족함'만이 '나눔'이 가장 좋은 것임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지. 서로더 많이 가지려고 할수록 가진 사람과 빼앗기는 사람으로 나뉘고, 둘로 갈린 무리는 서로 더 많이 가진 쪽으로 가려고 다투고 눈이 멀게 되니까 말이야. 언젠가 많이 갖게 되는 날 평화도, 우정도, 기쁨도 얻게 될 거라고 주문을 걸어 보지만, 그 '언젠가'를 위해서 더 많이 빼앗고 빼앗길 뿐이라는 걸 깨닫기도 어려워질테고.(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139)

 

 

07.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아!」

 

"먼저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게 될지 모르는 상황, 어디에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극한의 공포, 그 아래에서는 어떠한 가치나 도덕, 양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밖에요.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이고 그것만이 절대선이 되고 말겠지요. 평소에 없던 폭력성이 마음을 지배하게 되고,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시됩니다. 죽임의 잔혹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모습을 아주 뒤바꿔놓고 말아요."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169)

 

"자원과 시장, 노동력이 한정되어 있는 지구 위에서 이미 소비와 개발은 도를 넘어 균형을 읽고 있는데도, 자본주의 꼭대기에선 이들은 마치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계속해 부추기고만 있으니까요. 우리에게는 오로지 '돈을 버는 일'과 '돈을 주고 사는 일'만으로 모든 생산과 소비를 대산하게 해 놓은 채 눈 앞의 이익과 편리함만을 쫓게 만들어 놓았지요. 그러니어느 순간 우리에게는 '절약'이라는 말조차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목숨이 함께 나누어 쓸 것들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주머니 속 지갑만을 생각하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좀 더 값싸게 살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자원을 버리게 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서 사다 쓰는 것이 낫다 여기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거꾸로 생각해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pp.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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