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로, 스웨덴 모델의 미래를 보다

스웨덴 스타일

 

 

『스웨덴 스타일』. 스웨덴 스타일의 패션이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몰라도 한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책인데 제목이 스웨덴 스타일이라니. 아무래도 책 제목을 잘못 지은 것같다. 유행가처럼 반짝 지나갈 책으로 『스웨덴 스타일』을 출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스웨덴에 관심이 많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제목만 보고 쳐다도 안봤을 것이다.

 

역시나 스웨덴의 복지는 경이롭다. 영국의 경제학자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가 제시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the grave'만 해도 놀랍기 그지 없는데 스웨덴의 복지는 이를 뛰어 넘는다. 스웨덴의 복지는 한마디로 '뱃속에서 무덤까지 womb to tomb' 국가가 안정된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다. 단연 복지의 1인자답다. 그러니 한 때 스웨덴에서도 배워갈 정도로 복지가 잘 갖추어졌던 일본이 스웨덴을 모델로 삼아 복지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이런 책을 발간한 것이겠지. 

 

스웨덴에서 "국가는 시민에게 안정된 삶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시민은 자기가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믿고 높은 세금을 낸다. '복지가 발달하면 사람들은 게을러진다'라는 편견이 뿌리 깊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실제로 풍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보조금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보다 무료로 교육받는 제도를 이용해 자기실현을 모색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체로 복지는 안전망이자 구성원을 안심시키려는 제도이지, 그냥 함부로 의존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여겨진다."(스웨덴 스타일 p.21)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서 엉뚱하게 돈을 지출한다면 세금을 내는 게 아까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만 스웨덴 같이 국민이 믿을 수 있게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무거운 세금부담 쯤이야 기꺼이 감당할 만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에서는 이미 지금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육아와 여성의 경력단절, 노인, 의료 문제 등을 해소한 상태이다. 군나르 뮈르달과 알바 뮈르달 부부가 전파한 " 가족 복지는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사라는 사고"(스웨덴 스타일 p.35)를 바탕으로 복지 정책을 만든 덕택이다.

 

하지만 딱 한가지 스웨덴의 복지 제도에서 지양하고 싶은 점이 있다. 스웨덴에는 가족의 의미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복지에 반대하면서 "스웨덴처럼 세금이 무겁고 가족이 붕괴한 나라를 만들면 안 된다"(스웨덴 스타일 p.101)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가보다. 단적인 예로 법적으로 부부임을 등록하는 혼인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동거와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법적 부부에 버금가는 제도가 구비되어 있다. 물론 출신 가족에 따라 차별을 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족의 유대와 심리적 중요성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개인화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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