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법으로 죽는 것만은

 

 

  만약 생물에게 생지옥이라고 불러야 할 시기가 있다면 그것은 남부 시베리아의 여름이다. 북쪽 맨 끝 지방이어서 여름이 짧다보니 그동안에 벌레들은 필사적으로 영양을 비축하여 번식하려고 한다. 그만큼 유별나게 포악해진다.

 

   이러한 땅에 구 소비에트 정부는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무수한 죄수들을 들여보냈다. 반항하는 죄수는 여름날에 알몸으로 나무에 묶어놓고 벌레에 물리도록 방치했다. 벌레들은 알몸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죄수들이 단시간에 죽음에 이르도록 피를 빨아먹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이런 방법으로는 죽고 싶지 않다. 상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모기한테 몇 군데만 물려도 불쾌한데 이런 일을 당한다면……. 한편 겨울이면 반항하는 죄수를 역시 알몸으로 나무에 묶어 밤새 얼어죽게 했다. 벌레한테 물리는 것도 싫지만, 동사도 좀 곤란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도 말이지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pp.194~195)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중에 <이런 방법으로 죽는 것만은>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있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많은 벌레에게 물려 죽는 것과 동사로 죽는 것많은 싫다고 밝혔다. 물론 벌레에게 물리는 것도 싫고 동사로 죽는 것도 끔찍히 싫지만 내가 기억하는 최악의 죽음은 생체실험을 당하다 죽는 것이다. 731부대라고 있지.

 

학창시절에 731부대니 마루타니 하는 것을 처음 접했는데 어느 공포 소설 같은 데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라 으레 짐작하고 넘겼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불과 100년 전에 있던 던 사실이었을줄이야. 급기야 훗날 그 현장에 직접 다녀오기까지 했는데 그곳에 전시된 731부대 생체실험 기록과 유물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전시관을 뛰쳐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 잔인함 속에서 억지로 생명을 연명해야 했던 이들은 얼마나 끔찍한 생활을 하다 죽어갔을지.

 

731부대 전시관 밖에는 건물을 올릴 때 땅을 네모 반듯하게 파 놓은 것처럼 커다란 구덩이가 여러 개 있었다. 나름 공원처럼 꾸며 놓기는 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묘한 분위기. 마침 가이드가 홀로 나온 나를 보고 말을 건넨다. 내가 건물 뒤에 파여진 구덩이들을 궁금해 하니 가이드가 알려주기를,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증거인멸을 위해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과 시신을 묻어버린 곳이란다.

 

731부대에 끌러온 사람들은 마지막 한사람까지 모두 비참하게 죽었구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가슴이 미어지듯 아프다. 지금은 동물심험을 반대하고 이따금씩 전염병에 걸린 돼지나 가금류를 생매장 하는 것도 끔찍하다 외치는 판국인데 731부대에서는 사람을 상대로 그보다 더한 만행을 저질렀으니.

 

이런 방법으로 죽는 것만은 싫다고 했을 때 731부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도 싫고 불의의 사고로 형체없이 죽는 것도 끔찍하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하게 많은지 이런 방법으로 죽는 것만은 싫다고 도무지 콕 찝어서 말하지 못하겠다. 대신 이렇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은 있다. 햇살 따사로운 날 오후에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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