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

4천원 인생

 

 

2010년.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직한 아이를 만난 적 있다. 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조립라인에서 일을 했는데 그 곳에서는 한 자리에 서서 12시간을 꼬박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도 4시간마다 10분정도밖에 없어 중간에 화장실이 급해도 참아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일이 밀리게 되고 마감량을 채우기 위해 밤 늦게까지 작업을 계속해야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예 기저귀를 차고 작업실에 들어간다고 했다. 몸이 많이 힘들고 고되지만 잔업까지 다 챙겨서 하면 한달에 많게는 200만원 넘게 받기도 한다며 위안 삼았다. 막연히 공장에서는 단순 노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면에 생리적 현상까지 참아가며 거대한 기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공장이 이렇게까지 비인간적인 곳이었는지 꿈에도 몰랐다.

 

『4천원 인생』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공장에 다니던 그 아이를 만났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 『4천원 인생』에는 TV에 나오는 미화된 '체험 삶의 현장'과는 확연히 다른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를 담고 있었다. 3명의 기자가 각각 식당, 마트, 공장에 취직해 한달동안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듣다보니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처절할 수 있는지. 현실이 아니었으면 싶을 정도로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고 울분이 치밀었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럼 되받아친다. 당신조차 어렴풋이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 변화라고. 수많은 사람이 빈곤 노동으로 일생을 보내야 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놨다는 점에 있어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변화의 시작은 현실을 냉정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4천원 인생 中 취재후기,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나고요?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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