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바로 '밀'이다

밀가루 똥배

 

 

제목이 참 남 얘기 같지 않아서 꺼내 든 책. 『밀가루 똥배』. 밥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대부분의 끼니를 빵이나 면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데. 내 배는 이 책에서 지적하는 밀가루 똥배임에 틀립없다. 건강을 위해 밀가루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줄이지를 못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밀가루 똥배』를 통해 밀의 위해성에 직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사실상 밀은 식욕 촉진제다. 많이 먹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쿠키 · 컵케이크 · 프레첼 · 사탕 · 청량음료를, 더 많은 베이글 · 머핀 · 타코 · 서브마린 샌드위치 · 피자를 말이다. 밀 음식이든, 다른 음식이든 더 먹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어떤 이들에게는 중독성이 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마약의 효과를 억누르는 데 사용하는 약의 효능에 반대로 작용해 신경계에 묘한 약물 효과를 내기도 한다."(밀가루 똥배 p.80)

 

그래. 잠시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초코바나 쿠키를 꺼내 먹으면 이상하게 공복감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지. 결국 엄청난 양의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마는데 그러고 나서도 왠지 모를 심심함이 느껴져 계속해서 무언가를 입으로 집어 넣을 때가 있다. 밀가루 똥배 이야기에 실로 공감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밀가루가 단순히 똥배를 만들어 내는 문제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식물성 식품과 달리 곡류만이 산성 물질을 생산한다. ...(중략)... 밀은 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 어떤 육류와 비교해도 그램당 황산의 양이 많다. ...(중략) ... 밀 등 '건강에 좋은 통곡물'은 현대 식단에서 산의 비중을 대단히 높인 원인이다. 뼈 건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알칼리 위주의 식단을 짜면 노화에 따른 근육 소모, 신장 결석, 염분 민감성 고혈압, 불임, 신장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밀가루 똥배 pp. 158~169).

 

"지구상의 동식물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친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반세기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에 수천 년을 인간과 함께 번영해온 식물의 진화 과정에 개입해 그것을 마구 변형시켰다. 그리고 결국 그간의 근사안적 행동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결과를 맛보고 있다. 그 1만 년에 걸친 여정에서, 수확량이 적고 조리하기 부적합한 아인콘이라는 순수한 풀이 실험실에서 높은 수확량을 자랑하고 야생에서는 생존하지 못하지만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개량된 왜소종 밀로 바뀌었다. 인간이 조작한 이러한 변모 과정은 마치 가축을 공장식 축사에 가두고 항생제와 호르몬을 끝도 없이 투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아마도 우리가 농업이라는 대재앙에서 회복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은 지금껏 '밀'이라는 작물에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인식하는 것부터가 아닐까 싶다."(밀가루 똥배 pp. 286~287)

 

저자는 단번에 밀을 식단에서 없애버리는 것을 권장한다. 점차적으로 식탁에서 밀을 줄여나가는 것은 밀가루의 중독성 때문에 힘드니 아예 밀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밀이 빠진 자리를 채소 · 견과류 · 육류  달걀 · 아보카도 · 올리브 · 치즈, 즉 진짜 식품으로 채운다면 식이 부족도 없을뿐더러 한층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숙면과 체중 감량이 가능하고, 앞서 다루었던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을 되돌릴 수 있다."(밀가루 똥배 p.243)면서.

 

그런데 밀을 빼버리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난감하다. 『밀가루 똥배』에는 밀이 빠진 건강한 식단과 조리법이 예시되어 있지만 왠지 그 음식들은 맛이 없을 것같다. 밀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건겅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의 맛있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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