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도서관 64

아버지의 알통

 

 

이번에 고른 소설도 푸른 도서관 시리즈다. 항상 마음에 드는 책을 무작위로 고른 다음 정말로 읽을 책을 추려내는데 보니깐 푸른도서관 뱃지(?) 붙은 게 많다. 푸른도서관 시리즈가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지 않아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살펴보니 소설 코너의 절반정도는 푸른도서관 차지인 것같다. 가끔 이렇게 짤막한 성장소설을 읽는 것도 좋지.

 

이번 책은 『아버지의 알통』. 금방 다 읽어 내려갔다. 주인공 나라는 엄마와 둘이 살았는데 엄마가 해외로 유학을 가는 바람에 시골 바닷가 마을에 사는 아빠랑 같이 살게 된다. 처음에는 덥수룩한 아빠도 싫고 시골집도 싫고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서서히 그곳에 적응하고 애정을 가지게 된다. 도시에서처럼 화려하고 번들번들하지는 않지만 가식이 없고 순박하고 진실했다. 아빠의 알통처럼.

 

그런데 책을 읽는 초반부터 등장인물에 대한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특히 주인공 나라의 엄마와 아빠. 그렇게 유별난 도시 깍쟁이 나라 엄마가 어쩌다 같이 살지도 못할 시골 촌뜨기 나라 아빠와 결혼해서 나라까지 낳은 것인지. 둘의 화해점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또 나라와 같은 반 친구 영태네. 영태네는 집에 집사와 아주머니도 둘 정도로 잘 사는데 땅을 사겠다고 그 어촌마을로 이사까지 와서 영태를 시골학교에 보냈을까? 그리고 윤정이라는 사람도. 처음부터 신세진다고 양해를 구하고 왔다면 모를까 나라네 집에 명후 오빠 만나러 덜컥 와서는 다짜고짜 하룻밤 묵고 가다니! 내가 막장 드라마를 읽고 있었나?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의문들. 그렇다고 이러한 설정을 빼면 이야기가 성립될 수 없는 그런 상태.

 

그리고 또 하나. 시점. 나라를 초점화자로 한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을 택하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나라의 심리 묘사가 영락없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적는 것을 종종 보긴 하였지만 『아버지의 알통』에서는 그 수준을 넘어선 부분이 더러 눈에 띄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제3자가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인지 주인공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서술자를 확실히 구분했으면 좀 더 편하게 읽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여. 내 마음 속에 딴 생각이 있어서인지 유독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어 기록해 둔다.

""쩐다. 박나라가 뭐야? 박이 대롱대롱 열리는 나라야? 그 나라 국민들은 박으로 국수 해 먹고 피자 해 먹고 다 하겠네? 웃겨.""(아버지의 알통 p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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