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도서관 56

눈썹

 

 

한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다. 2014년 초까지만 해도 소설을 즐겨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고르는 책마다 낭패. 갈수록 소설책 고르기가 두렵더니 급기야 소설을 끊어버렸다. 소설에 대한 굶주림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맛깔나는 소설이 사무치게 그립다. 소설책을 찾아 봤다. 관심이 가는 책이 몇 권 있다.

 

그 중에서 『눈썹』을 골랐다. 눈썹이라는 제목은 물론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든다. 이 책이 푸른도서관 시리즈 - 성장소설인지라 자칫 유치할법도 하지만 이런 표지 디자인이라면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실어 읽을 수 있을 것같다. 주인공은 사춘기 여학생. 암투병을 막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머리에는 가발이라도 썼지만 눈썹은 여전히 휑하다. 눈썹에 대한 콤플렉스와 복학생이라는 콤플렉스를 안고 학교 생활을 해 나간다. 내용은 무난하다.

 

 "나는 언젠가 <헤리 포터>처럼 온 세계인이 읽는 소설을 쓸지도 모른다는 허황한 바람을 가지고 산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든 상상으로 그치든 상관없이 나에게는 살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허황한 바람도 살다보면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 없지만, 한 가지 조건은 있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서 그 가능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눈썹 p. 164)

 

지은이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눈썹』을 지었다. 그래서일까. '그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은이와 '그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믿는'소설 속 주인공은 상당히 닮았다. 지은이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었다.

 

"내가 아프면 내 가족, 내 친구들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다. 크게 웃지도 못하고 놀러 가지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처럼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갈수록 날 걱정하며 전화해주는 반 아이들이 줄어들고 병문안 오는 친구들도 뜸해졌다. 친구들은 나 없이도 영화를 보고 웃고 여행을 갔다. 내가 없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죽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처음에는 내 죽음에 슬퍼하고 울어 줄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모든 게 잊히고 난 가끔 떠오르는 사람이 될 뿐일 거다."(눈썹 p.95)

 

"기억이라는 게 지워지는 것 같다가도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그게 괴로웠건 행복했건 상관없이 말이다. 신기한 건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떠올라도 조금씩 그 아픔이 무뎌지고, 행복했던 기억은 생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는 것이다."(눈썹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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