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이 땅은 수많은 생명에게 바치는 작은 위로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내가 읽고 싶었던 소설은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 하지만 내가 읽게 된 책은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를 찾다 발견했는데 이것도 설정이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처럼 독특하고 유쾌할 것 같다. 차례만 봐도 - 삼겹살, 시인과 닭님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젖 - 범상치 않다.

 

첫 번째, 삼겹살부터 읽었다. 주인공의 오빠는 삼겹살을 무척이나 좋아라한다. 그런데 휴가를 나온 는 주인공의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고 구토를 해댄다. 군에서 구제역 때문에 돼지 생매장 현장에 투입된 이후 돼지들 사이에 부대껴 있었던 기억이 가시질 않는다. 이상하게 그것이 마치 내가 직접 경험한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자의 필력이 놀랍다.

 

두 번째. 시인과 닭님들. 아마도 저자의 경험담을 소설화한 것같다. 조류독감에도 끄떡없는 시인이 키우는 닭님들. 시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직접 닭님들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니 닭님들이 건강할 수밖에 없지요. 야산에다 풀어놓으니 닭님들이 지렁이며 벌레며 온갖 단백질이 풍부한 다른 생명체들을 잡아먹고, 온갖 약초들인 쑥이며 민들레며 냉이며 그런 풀들을 뜯어 먹고 사니까 건강할 수밖에 없지요. 물론 우리 닭님들은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님들하고는 달리 사흘에 알을 하나밖에 낳지 않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날마다 알을 낳는 게 비정상입니다. 그건 기계이지 생명체가 아닙니다. 그러니 좋은 달걀이 나올 수가 없지요, 조류독감 이런 것도 다 속도전과 대량생산의 욕망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양계장 가보세요. 닭들이 숨쉴 공간도 없고, 밤에도 잠 못자게 전깃불을 켜놓고, 어디 풀잎 하나 뜯어 먹습니까? 흙 한 입, 모래 한 톨 먹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니 도대체 저항력이 생길 수가 없지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pp.100~101 시인과 닭님들 중에서)

 

드디어 세 번째. 표제로 붙은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이야기를 가장 추천하기 때문에 책 제목에 갖다 붙였는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다른 소설의 제목은 죄다 책의 표제로 붙이기에 좀 우스운 것같다. 각설하고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제목 그대로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의 이야기를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말로 지은이의 어머니가 고양이가 키운 다람쥐를 보살펴 주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핵심 내용은  "야생동물의 자유를 알아야만 사람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사람들은 왜 모를까? 귀여워서 갖고 싶을수록 놓아주어야 한다. 동물은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p.127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중에서)

 

마지막 젖. 구제역이 돌아 소를 다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 임신한 소만이라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몰래 창고에 숨겨 두었다 발각되고 만다. 그런데 그곳에 임신한 소가 낳은 송아지 한마리가 들키지 않고 살아 있었다. 주인공은 아무도 모르게 우유를 사다 먹이며 송아지를 키우는데  송아지가 먹기에 우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급기야 주인공은 자신의 젖을 송아지에게 먹인다. 결말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사실적이고 설득력 높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동물의 생명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전혀 억지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훌륭한 소설이다. 저자가 지은 다른 소설책도 읽어보고 싶다. 『성인식』, 『하늘을 달린다』, 『사랑니』,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이상권' 이라는 저자의 이름도 기억해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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