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1학년 1반 34번

 

 

심상치 않게 낯익은 책 제목. 『1학년 1반 34번』. 돌이켜보니 내가 중학생 때 1학년 1반 34번이었다. 순간 내 짝궁 33번 아이와 35번 아이가 떠오르면서 추억이 돋아난다. 어머. 이런 책은 꼭 읽어야해.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모르지만 왠지 모를 애정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다 학교로 가게 된 주인공. 1학년 1반 34번이 된다. 그동안 만끽하던 자유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불행하다.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학교 생활이 외롭다. 하루는 웅덩이에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올챙이를 학교에 데려가 친구들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누군가가 선생님께 고자질을 했고 주인공은 벌을 받는다. 완전 옛생각이 난다.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나도 34번이었을 때 애완동물을 학교에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엄마 몰래 햄스터를 키우기 위해 매일같이 햄스터를 넣은 상자를 들고 등하교 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엄마한테 들통나 혼난 적이 있다.) 1학년 1반 34번이라는 공통점 외의 예상치 못한 공통점 발견하고 혼자 피식 웃었다.

 

책장을 넘기는 사이 올챙이가 성장하여 개구리가 되듯 주인공도 성장하고 자랐다.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은 어른 스러워진 34번. 반면에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많이 어린 나.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나도 이제 '진짜 어른'이 되어야 겠다. 노력해야지.

 

"어리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어리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것이지. ...(중략)... 그러니 누구 때문에 안 되고 무엇 때문에 못 한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다. 이제 누구 탓도 안돼."(1학년 1반 34번 pp. 203~205)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것은 아이가 인생에 기쁨만 있다거나 혹은 슬픔만 있다거나 행복만 있다거나 혹은 불행만 있다거나 자유만 있다거나 혹은 구속만 있다거나 하는 생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한쪽 도랑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어른들은 누구든 바로 손을 내밀어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언제든지 그 준비가 된 사람이 바로 완전한 어른, 진짜 어른이다."(1학년 1반 34번 pp.210~211)

 

 

 

 

덧.

누군가에게 내가 1학년 1반 34번이었는데 『1학년 1반 34번』이라는 책이 있어 읽고 있다고 하니 증거물이 있어야 하지 안겠냐고 한다. 그래서 찾아봤다. 중학교 1학년 때의 기념품들. 상장에는 기껏해야 소속 중학교와 학년만 표기 되어 있고 그나마 교내에서 받은 것은 1학년 1반이라 기입되어 있지만 번호는 없었다. 그리하여 가장 명확한 증거물-성적표를 찾았다. 1학년 1반 3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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