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메시지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논리적 글쓰기의 힘

결론부터 써라

 

 

역시 메시지 전달법에 관한 책이다. 제목부터 정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왠지 이 책에서 알려주는 글쓰기 방식에 따라 글을 쓰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펼친 책은 『결론부터 써라』다.

 

『결론부터 써라』에서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은 일명 다이아몬드 형태의 글쓰기였다. 다이아몬드처럼 서론과 결론이 같은 모양새를 띠도록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론에서 글의 잠점적 결론과 이유를 나열하고 결론에서 다시 한번 글의 핵심 주장을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 글쓰기 방식이다. 이 다이아몬드 글쓰기의 구조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다이아몬드 글쓰기의 기본 구조

 

 

서론   잠정적 결론 문장

         이유1, 이유2, 이유3

 

본론   이유1

         이유2

         이유3

 

결론  이유1, 이유2, 이유3

        결론 문장

 

 

(결론부터 써라 p.26)

 

그리고 "독자를 중심으로 하는 다이아몬드 글쓰기를 위해서는 일곱가지 법칙을 잘 지켜야 한다. 하나의 중심 개념을 잡아라. 문단까지도 결론부터 써라. 결론을 차별화하라. 원칙에 따라 구조화하라. 중요한 순서대로 써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써라. 문장은 짧게 써라."(결론부터 써라 p.219) 이렇게 다이아몬드 구조로 글을 쓰면 무엇보다도 논리적 사고력이 커지고 가설 사고력이 생긴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변화가 생기며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우와. 글쓰기 형식을 바꾼 것 하나로 엄청난 긍정적 변화가 일으킬 수 있다니! 다아몬드 글쓰기는 정말 이처럼 놀라운 효과를 낳는 가...? 봐?

 

저자가 엄청난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다이아몬드 글쓰기의 효과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글쓰기가 정말 효과적인 글쓰기 방벙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든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 『결론부터 써라』는 분명 글쓰기에 관한 책이고 어떻게 하면 글을 더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쓸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책인데 어쩜 이리도 설득력이 떨어지는지. 책을 읽으면서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이 땡볕에 놓인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내렸다.

 

다음 문단을 보자.

 

"글쓰기에서 중심 개념 이외의 나머지는 그 중심 개념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최종적으로 독자의 기억에 남아야 할 것은 중심 개념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개념은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결론부터 써야 한다'는 것이다."(결론부터 써라 p.178)

 

이 기준에서 봤을 때 『결론부터 써라』는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논리적인 글이라 여겨진다. 뭐, 위의 인용문이 틀린말도 아니고 독자로 하여금 수긍이 가도록 핵심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부터 써라』의 다른 문단을 이렇게 발췌해 놓았더라도 아마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각각은 문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결론부터 써라』의 문제점은 『결론부터 써라』를 한번에 많은 양을 차례로 읽을 때 확실히 드러난다. 왜냐 하면 『결론부터 써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철저하게 저자가 알려준 결론부터 글쓰기 형식과 법칙에 따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였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결론부터 글쓰기의 틀에 맞춰졌고 그 속의 각 장은 물론 각 문단까지도 결론부터 글을 써 나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책의 앞부분에서 소개된 내용이 뒤에서 또다시 등장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무려 250페이지 상당의 책 전반에 걸쳐서. 물론 뒷부분에서는 앞에서 소개한 내용을 좀더 자세히 다루고 새로운 정보도 함께 싣고 있었지만 그런 변화는 너무나도 미미했다.

 

그래서 『결론부터 써라』를 완독하는 게 똑같은 책을 수십번 연속으로 읽는것처럼 고단하게 느껴졌다. 글이 어렵게 쓰여진 것도 아니고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읽기 힘들게 글을 쓰다니!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놀랍긴 하다.) 이거야 말로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가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결론부터 글쓰기에 대한 신뢰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학생을 위한 작문 교과서들이나 외국인을 위한 영작문 지침서들은 5문단 에세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지만,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를 다룬 책들은 거의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글쓰기 책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제대로 된 문장 쓰는 법, 개요 작성법, 퇴고, 문법 오류 피하기 등의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비즈니스 글쓰기에 관한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학생들을 위한 작문 교과서와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에는 커다란 단절이 있는 것같았다."(결론부터 써라 pp.9~10)

 

그러니까 저자가 설파하는 다이아몬드 구조의 5문단 에세이는 학생들이 글쓰기 훈련을 할 때 유용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글쓰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쯤 되니 허탈하긴 하지만 이 형식이 바로 논문 적용되는 글쓰기 방법이니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훈련하고 익혀두면 학교나 학회 같은 곳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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