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꼭 나 같은 사람에 대한 책을 발견했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실제로 나는 점심메뉴를 정하는 것에도 어떤 걸로 할지 빠르게 결정하지 못한다. 집에서야 있는 것을 꺼내 먹기에 크게 생각할 게 없지만 외식을 할 때에는 수많은 식당 앞에서 어디로 들어갈지 정하는게 쉽지 않다. 특히나  "OO와 XX 중에 뭐 먹을래?"가 아니라 "점심 뭐 먹을래?"처럼 엄청나게 개방적인 질문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선택하는 것을 힘들어 할까? 이 책에 적혀 있다는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이 나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결정장애를 안고 사는 나에 대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이 책에 대한 호기심과 효과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단 책표지를 넘겨 날개에 적힌 글을 봤다. 선택 못하는 사람의 유형을 요약 정리되어 있다. 어머머. 어쩜 내가 하는 고민들을 이렇게 싸그리 모아 놓은 것인지. 이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 그래야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선택 못하는 사람의 유형

 

 

포기하는 것 때문에 괴로움을 주는 '기회비용'

자장면을 먹자니 짬뽕의 국물이 그립고, 짬뽕을 먹자니 자장면의 감칠맛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 어떤 걸 롤라야 하지?

 

최고만 추구하다 진이 빠져 버리는 '극대화자'

두 시간 동안 백화점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모자를 발견. 아, 그런데 근방에서 싸게 파는 가게가 생각났다. 많은 곳을 다니면서 가격이나 디자인 등을 꼼꼼히 다 비교해 본 후 최고의 모자를 사야지.

 

손해 보기 싫어서 교묘한 술수를 눈치 채지 못하는 '손실 회피'

95퍼센트 무지방 요구르트가 지방 함량 5퍼센트 요구르트보다 더 몸에 좋겠지. 당연한 거 아냐?

 

결정하기 힘들어지는 '예상후회'

이 집을 사고 나서 다음주에 더 좋은 집을 보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저기에서 스웨터를 샀는데 바로 옆 가게에서 더 싸고 좋은 스웨터를 보면 정말 괴로울 거야.

 

후회를피하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행동 관성'

저 소파가 지금은 30퍼센트 할인 중이지만, 더 좋은 제품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좀 더 기다려 봐야지. 근데 일주일이 지나도 마땅한 게 없어서 다시 가보니 할인율이 줄어 10퍼센트 할인 중. 그냥 계속 기다려 봐야겠다.

 

선택안이 많아질수록 높아만 가는 '기대'

대형마트의 30종류가 넘는 맥주 중에서 골랐는데도 왜 실망스러운 걸까? 휴가 갔던 시골의 구멍가게에는 맥주가 5종류밖에 없었는데도 그때 고른 건 썩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야.

 

익숙해져서 무심해지고 실망으로 이어지는 '적응'

이 컴퓨터 처음 살 때는 너무 좋았는데, 쓰다 보니 좀 느린 것 같네. 별로인 듯.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앞날개 - 도대체 나는 왜 선택을 못하는 걸까?)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선택안의 개수가 늘어나고 우리가 거부하는 선택안들의 매력적인 특징이 누적되면 최종 선택에서 오는 만족감이 줄어든다. 이것은 선택안이 늘어나면 행복이 저해될 수도 있는 이유 중 하나이며 아주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거부한 선택안들을 잊어버리지 않다 보니까, 선택 과정에서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모든 선택안으로 인해 선택의 만족감이 희석되는 불상사를 겪는다."(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p.156)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읽어보니 내가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많은데 그 중에서 어느 한가지를 선택했을 때 높은 만족감을 얻을 가능성은 다양한 선택의 가짓수만큼 잘게 부서졌다. 실망감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좋을까? 저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선택의 자유가 증진되는데도 많은 현대인이 점점 만족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섰다. ...(중략)... 나는 우리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선택하는 법을 배우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나친 걱정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믿는다."(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pp.12~13) 그렇게 해서 저자가 내놓은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선택의 자유에 대한 얼마간의 제약을 거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 더 행복해진다.

2. 최고가 아니라 '적당히 좋은' 것을 추구하면 더 행복해진다(혹시 부모가 "우리 애들한테 '적당히 좋은' 것만 해줄 수 있으면 만족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봤나?).

3. 결정의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더 행복해진다.

4. 결정을 돌이킬 수 없으면 더 행복해진다.

5. 주위 사람들이 뭘 하는지에 신경을 덜 쓰면 더 행복해진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p.14)

 

 

이에 대해 제 4장 '나는 무엇을 원하는 가'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방법은 머리로는 수긍되지만 실질적으로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것같다. 그나마 쉽게 따라할 수 있고 효과적이라 여겨지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감사하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아래에는 저자가 알려주는 감사한 자세를 기르는 훈련법이다.

 

1. 침대맡에 수첩을 둔다.

2. 매일 아침 일어날 때나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그 수첩에 어제 혹은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 감사할 것 다섯 가지를 적는다. 가끔 감사할 것이 거창할 때도 있겠지만(승진, 뿌듯한 첫 데이트) 보통은 소소할 것이다(침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친구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딱 먹기 좋게 구워진 생선, 유익한 잡지 기사).

3. 아마 처음에는 좀 유치하게 느껴질 테고 한술 더 떠서 남세스럽다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하면 점점 쉽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날에도 감사할 것을 잔뜩 찾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현재의 삶에 더욱더 만족하게 되면서 '새롭게 개선된' 상품과 활동으로 더 나은 삶을 일구고 싶은 욕망이 차츰 줄어들 것이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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