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웃 블로거의 후기를 보고 언젠가 나도 읽어보리라 마음속에 기억해 두었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어느 순간에 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한참 유명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는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요즘같이 금방금방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식을줄 모르는 인기몰이를 하다니. 도대체『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길래 독자에게 오래토록 사랑을 받는 걸까?

 

'제 1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부터 읽기 시작했다. 좀도둑 3명이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 들었다가 우연치 않게 30여년 전 사람과 편지로 상담을 주고 받는다는 내용이다. 엉뚱하긴 하지만 무난하다. '제 2장 한밤중에 하모니카를'을 봤다. 또 다른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중간에 제 1장에서 상담 받았던 운동선수 - 달 토끼가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편지를 넣는 장면을 제 2장의 주인공(?) 가쓰로가 목격한다. 이를 계기로 제 1장과 제 2장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내용은 크게 상관 없었다. 기대가 컸던 건지 제 1장도 제 2장도 모두 그럭저럭 무난하기만 한 것같다. 그냥 '제 3장 시빅 자통차에서 아침까지'로 넘어갔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씨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로 처음 등장했다. 왠지 이번 장은 이전과 다를 것같다. 상담 편지를 받고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고뇌하는 나미야 씨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 1장과 제 2장에서는 상담 편지의 답장이 엉성했음에도 결국엔 (슬프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데 제 3장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나미야 씨가 진지하게 답장을 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내담자의 사연과 나미야 씨의 내적 갈등이 마치 내 일처럼 살갑게 전해지면서 눈앞의 글씨가 몇 번이나 흐려졌다. 그리고 조금씩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을 매개로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3장에서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한 고리가 제 4장과 제 5장에 가서 완벽하게 엮어졌다. 완전 대박. 기껏해야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그게 기적같이 시간을 초월해 여러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우습고 가볍운 줄 알았는데 뒤로 갈수록 인생에 대한 무게와 통찰이 젼해졌다. 꿈과 사랑 사이, 좋아하는 일과 안정된 삶 사이에서의 갈등 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고민할만한 내용들. 비록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삶의 뒤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바탕으로 앞으로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표시해 둔 내용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pp.31~32)

 

"중요한 것은 그때의 내 답장이 정말로 옳은 답이었느냐는 것이지. 아니, 그때뿐만 아니랴. 지금까지 보낸 무수한 답장이 각 상담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게 중요해. 나로서는 매번 열심히 머리를 짜서 답장을 써 왔다고 생각한다. 대충 써 보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단얼할 수 있어. 하지만 과연 그 답장이 상담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어쩌면 내 충고대로 했다가 어처구니없이 불행해진 경우가 있을 게야.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참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더 이상은 마음 편히 답장을 쓸 마음이 나지 않았어."(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p.190)

 

"다른 편지도 그래. 대부분 내 답장에 감사하고 있어.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나미야 잡화점의 기적p.199)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p.447)

 

"주위 사람들에게서 칭찬받을 만한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힘에 버거워 가장 편한 길로 도망친 것이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았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옮긴이의 말 pp.45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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