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솔직히 말해 노자는 잘 모른다. 내 머리 속에 있는 노자는 더도 덜도 말고  '노자 - 무위, 자연, 도덕경'이 전부다. 그런 내가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을 집어든 것은 오로지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괜히 노자가 등장해 부담스럽긴 하지만 '생각하는 힘'을 길러 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알아봐야지.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고의 확장과 인식의 변화가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켜 왔는지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자와 노자의 사상이 등장했고, 그들의 사상이 자주 비교되었다. 저자는 역시나 노자 편. 공자의 사상이 근대적이라면 노자의 사상 현대적이기 때문이란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263 참조)

 


"사람들은 세계와 어깃장 나는 데서 방황합니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세계의 변화는 사람에 맞추어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세계는 감정이 없이 그저 변할 뿐입니다. 사람이 세계와 어깃장 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할 일은. 세계가 자신에게 맞추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계에 맞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고정되어 있거나 일정한 틀을 고수하고 있다면,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는 일은 불가능하죠. ...(중략)... 세계는 변합니다. 움직입니다.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지요. 우리의 판단, 우리의 행동은 항상 변화하는 세계와 함께 해야 합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p.258~259)

 

"저 먼 곳에 인위적으로 걸어 놓은 기준을 추종하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자기 자신에 집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자발성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시선이 외부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략)... 나의 가치가 나에게서 실현되지 않고, 저 멀리 있는 외부의 것에 편승해서라야 실현된다고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된 이 상황, 내가 사라져버린 이 상황, 그런데 이런 상황이 전혀 부끄럽게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이 초라함. 자기 삶의 양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 자기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은 결코 정상일 수 없습니다. 자발적이지 않은 것에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p. 300~302)

 

 

노자 하면 자연 속에 들어가 도를 닦는 - 아마도 산신령 같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그래서 현실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전 의외였다. 알고 보니 노자는 인간의 주관성을 탈피하기 위해 "자연이라고 하는 '사실'의 세계에서 인간질서의 근거를 발견"(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87)하려 했다고 한다. 노자에게 자연은 객관성, 보편성, 투명성을 제공하는 근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옛날의 노자 사상이 놀랍고 신기할 정도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딱 들어 맞게 해석되고 있었다.

 

아래에는 노자 사상에 덧붙여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에서 발견한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을 옮긴다.

 

"무소유라는 말은 재산을 많이 갖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어떤 형상을 지어서 그것을 진짜로 정해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중략)... 사실을 자기 생각의 틀에 가두는 게 '소유'입니다. 사실을 '소유'의 눈으로 바라보면 반드시 고통이 따라옵니다. 왜냐하면 그 '소유'적 시선과 세계의 '실상'은 잘 맞지 않거든요. 잘 맞지 않는데도, 자신의 뜻을 고집하여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집착이지요. 집착은 고통을 낳습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p.139~140)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일반언어학 강의》라는 저서에서 전혀 다른 주장을 폅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름답다'는 말 속에 '아름다움'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답다'라는 단어의 주위를 둘러싼 다른 단어들, 예를 들어 추하다, 더럽다, 느끼하다, 귀엽다, 애교스럽다, 무뚝뚝하다, 거칠다 등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차이'에 의해 '아름답다'는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의미는 발굴되거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 됩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p.145~146)

 

"어느 단계에서는 배움의 고삐를 늦춰야 할 때도 있지 않겠어요? 배움이 습관이 되어 버리면 평생을 배우다 세월을 다 보내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배우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러지 않나요? 우리가 배우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까?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존재론적으로 당위의 문제에 해당됩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중략)... 남의 말만 듣고, 남의 말만 쫓아다니며, 남의 글만 들이파는 일로 평생을 바친다면 이는 복종적으로 혹은 굴종적으로 사는 것밖에 안 됩니다. 자기 표현이 부족한 것은 많이 배우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이나 배짱이 작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p.216~217)

 

"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들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식에게는 세 가지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첫째,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 예뻐 보이질 않습니다. 자식의 꿈과 희망을 존중하고 믿어야 합니다. 둘째, 자식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식이 아닌 자식의 성공이나 출세를 사랑해선 안됩니다. ...(중략)... 셋째, 기다려줘야 합니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해요.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략)...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기. 다만 진심으로. 여기서 가정의 행복이 나오고 창조적 성취가 이루어집니다."(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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