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릴 때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느낌, 그런 기분일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책을 만났다. <버리는 즐거움>이다.

버리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저자는 역시나 '편리함'을 택했다. 예를 들어, 빨고 소독하고 말려야 하는 - 번거로운 행주 보다는 간단히 쓰고 버릴 수 있는 키친타월을 썼다. 그리고 깔끔한 쓰레기 처리를 위해 봉지를 아끼지 않않다. 그리고 또, 또, 또...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저자는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내 마음에 쏙 와닿는 말을 하나 발견했다. '물건은 마음에 든 사람에게 가는 것이 축복'(버리는 즐거움 p.60)이라는 말. (겨우 하나 건졌는데 애석하게도 이 말은 저자가 한 말이 아니라 그릇 가게 주인이 저자에게 했던 말이다.) 더이상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억지스레 품지 말아야지. 그 물건들이 제 진짜 주인에게 갈 수 있도록.




덧.
저자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단샤리'의 창시자(?)였다. 또다시 단샤리라는 말을 들으면 찾아보기 쉽게 여기에 그 뜻을 남긴다.

단 : 넘쳐나는 물건을 '끊는다'
샤 :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다'
리 : 끊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물건의 집착에서 '벗어난다'
(버리는 즐거움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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