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EM soap

EM수제비누

 

 

홀로 사시는 할머니 댁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용유가 대량 나왔다. 식용유는 그냥 버릴 수도 없는데. 봉지 한가득 쌓인 식용유병을 보며 일행 중 한 분이 걱정을 한다. 그 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거 비누 만들면 돼요."라고 말했다가 그 식용유는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밖에 모르는데. 괜히 말 한번 꺼냈다가 왠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폐식용유 수거통이 주변에 있으면 거기에 살짝히 갖다 버리고 싶은데. 쓸데없이 식용유는 넘겨 받아서 이런 짐을 끌어 안은 것인지. 갑갑하다.

 

하지만 별반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폐식용유로 비누 만드는 방법을 찾아봤다. 가성소다가 필요하다. 가성소다가 뭔가 했더니 학창시절 비누의 특징 성분이라 배웠던 NaOH다. 그런데 이것이 공기중의 수분과 결합해  녹는 성질이 있다고만 알았는데 잘못 사용했다간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보관과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가성소다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했더니 뭐그리 대용량으로 파는 것인지. 비누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과 기름이 섞여 걸죽하게 트레이가나야 하는데 그게 엄청나게 팔 빠지는 일이라고 하고. 그래서 또다시 비누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같은데 남은 가성소다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도 걱정이다.

 

가성소다 말고 다른 제품이 없나 찾아보다 비누화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물에 가성소다를 녹인 양잿물이다. 이런 것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 그런데 저렴한 가성소다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다. 물에 가성소다를 얼마나 섞었다고. 가격 때문에 가성소다를 주문해야 할지 아니면 비누화수를 사야할지 몇 번 왔다갔다거렸다. 결국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가성소다에 비해 안전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양만 구할 수 있는 비누화수를 사기로 했다. 내가 구입한 비누화수는 EM활성액에 가성소다를 탄 EM비누화수다. EM이 들어 있어 세척력이 일반 비누보다 훨씬 좋고 환경에도 이롭다고 한다.

 

필요한 재료도 다 갖췄겠다 이제 비누 만들기에 돌입했다. 빨래 삶는 통에 기름을 넣고 살짝 따뜻해지도록 데웠다. (원래는 중탕으로 기름을 데워야 한다.) 여기에 비누화수를 조금씩 부으며 저었다. 빨래 삶을 때 쓰는 집게로 샤샤샥. 휘리릭. 비누화수는 기름양의 40~43%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기름이 약 2L 조금 넘게 있으니 1L가 살짝 되지 않는 비누화수 한통을 다 집어 넣었다. 대략 황금비율에 가까운 것같다. 이것도 남으면 걱정이었을텐데 다행이다. 그 다음. 트레이스가 날때까지 2~3시간은 저어줘야 한다고 익혔기에 단단히 각오를 하고 젖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20분도 채 되지 않아 혼합액이 걸죽해졌다. 야매로 만들다 뭔가가 잘못된 것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게 트레이스가 맞겠지 생각하며 꿋꿋하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향 첨가하기. 집에 있는 안쓰는 아로마 오일 한통을 들이붓고 상쾌한 빨래 향이 나는 향수도 몇 번 뿌렸다.

 

이제 다 된 것같아 준비해둔 우유팩에 젤리같은 비누액을 담았다. 900ml 우유팩 3개가 가득찼다. 이것을 보온을 해서 굳혀야 한대서 남는 우유팩 하나에 따뜻한 물을 부은 후 모두 보냉가방에 집어 넣어 봉했다. 이튿날 보냉가방을 열어보니 비누가 단단해졌다. 더 단단해지기 전에 쓰기 적당한 크기로 칼로 잘랐다. 비누가 많이 굳어버려서인지 자른 단면이 깨져나간다. 그래도 비누 만들기가 덜되어 기름과 물이 다시 분리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한두달 숙성을 시킨 후 쓰면된다. 시간이 지나니 처음에는 황토색이었던 비누의 색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지금은 연한 베이지 색상이 되었다.  

 

조만간 내가 만든 EM비누를 쓰게될텐데 이걸로 빨래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그리고 약간의 카놀라유를 EM비누화수에 넣어 만들었는데, 거기에 천연 아로마 오일까지 듬뿍 넣었는데. 빨래비누라니. 그렇다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용유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이걸 피부에 쓰기도 찝찝하고. 주방용으로 쓰기엔 쓰잘데기 없이 향수까지 집어 넣어 버렸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른 사용 방도가 없다 싶다. 이건 빨래용으로만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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