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p balm

립밤

 

 

다 쓴 립스틱 밑둥에 남아 있던 립스틱으로 립글로스를 만들었다. 쓰고 남은 립스틱. 립붓을 이용해 립스틱 밑둥까지 알뜰하게 쓸 수도 있다지만 이놈의 귀차니즘에 그냥 내다 버렸다. 한번은 호기심에 얼마나 밑둥에 뭍혀 있는지 긁어 내 보기도 했는데 사용한 립스틱 양의 1/4 정도는 되는 것같았다. 이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버릴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얼마나 드는지. 그래서 알뜰히 써보겠다고 립붓을 꺼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 습관이란 괜히 무서운 것이 아니다. 결국 남은 립스틱을 버리고 말았다.

 

이번엔 남은 립스틱으로 립밤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립밤 형태라면 잘 쓸 수 있을 것같다. 립밤을 만들어 담을 작은 통도 구입했다. 생활용품점에서 2~3개 들이에 1000원 남짓 하는 가격에 판다. 집에 바세린도 있겠다 핵심 재료는 다 갖추고 있으니 이걸 녹여 통에 붓기만 하면 된다. 한번 일을 벌리기가 번거로워서 그렇지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립스틱 소량과 바셀린을 중탕으로 녹였다. 보니깐 화장품을 녹일 때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도 하던데 어느 편이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중탕 용기는 종이호일을 상자모양으로 접어서 사용했다. 얇아서 찢어질 것같아 불안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튼튼한 것같다.

 

녹아서 액체가 된 바세린을 통에 가득 붓고 식혔다. 윗면이 매끈한 것이 영락없는 새것이다. 사용감은 어떤지 손가락으로 찍어 입술에 발라봤다. 립스틱에서 나던 향이 은은하게 맴돈다. 향기로운 오일을 첨가하지 않아 괜시리 바세린의 기름내가 나면 어쩌나 했었는데 다행이다. 색상은 립스틱보다 살짝 연한 색인데 실제로 발라보면 색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립밤이니까. 앞으로도 쓰고 남은 립스틱을 립밤으로 만들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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