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화가들은 현실과 꿈 속을 오가는 책 읽는 여자의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았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화폭에 담긴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을 추적한다.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독서의 역사 - 정확하게 말해 여성 독자와 관련하여 독서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불과 몇 백년 전만 하더라도 책은 지적 능력을 지닌 특정한 남자의 전유물이었다. 남성에 비해 온전하지 못한 여자들에게 책은 잠재된 위험이기 때문이다. 여자에게는 오로지 교리 문답을 위해 성서와 종교 서적만이 허용되었다. 그 외의 지적인 교훈과 세속적인 즐거움을 찾기 위한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실용성 없는 행위라 여겨졌다. 심지어 여자에게 독서는 현실감을 망각하게 만드는 나쁜 습관이고 일종의 정신병으로 간주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금기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빠른 속도로 책에 매료되었다. 여자들은 책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현실 너머의 세상을 발견했다. 여자들이 달라졌다. 여자들은 가정에 대한 순종에서 벗어나 독립심을 가지고 상상력과 지식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세계로 나갔다. 그래서 여자가 책을 읽는 것은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로 인식되었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서 지은이는 마치 미술관에서 동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며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처럼 그림 속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 주면서 그 장면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런데 작품과 작품 사이를 화가의 이름으로 구분하고 있어 '책 읽는 여자'가 아니라 화가에 집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림의 제목으로 나누었으면 책 읽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쪼록 그림 여행을 마친 다음에는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 대한 추천의 말을 듣게 되는데 추천인은 '여자가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을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서' 설명을 해 준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저자가 슈테판 볼만이 아니라 추천의 말을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인 것같다.

 

"독서는 삶의 계획만이 아니라 신이나 남편, 행정부, 교회 같은 좀더 높은 기구가 내리는 지시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만든다. 독서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상상력은 사람을 현실에서 끄집어 데려간다. 하지만 어디로? 독서가 아직도 통제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묻는다. 통제될 수 없는 모든 것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신, 남편, 행정부, 교회!)은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신은 독서에 대해서는 한 눈을 감고 못 본 체할지도 모른다."(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pp.275~275 ) 그것은 책에 몰두하여 무아지경에 이른 여자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어서가 아닐까.

 

 

 

 

덧.

사진 속 그림은 장 라우(Jean Raoux, 1677~1734)의 편지, 1920,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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