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부자의 그릇

 

 

사람을 보고 그릇이 크니 작니 하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부자의 그릇』을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하얀 책 표지에 덩그러니 놓인 백자 한 그릇. 부자에게는 돈을 담을 커다란 그릇이 있다는 걸 얘기하려나 보다. 나에게는 돈이 많이 있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난 빈자의 그릇을 차고 있다고 봐야 할텐데 부자는 어떤 그릇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부자의 그릇』 초반부터 빚더미에 앉은 한 사람이 등장한다.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인 사람이 쓴 책이랬는데 낌새가 이상하다. 설마 저자의 회생기를 담은 책인가 싶어 저자 소개를 펼쳤다. 맨 아래쪽에 '『부자의 그릇』은 그의 첫 소설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설. 솔직히 이런 류의 책은 그닥 좋아라하지 않는데 말이다. 일단 책을 펼쳤으니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읽어나 봤다.

 

밍밍한 소설이다. 그 와중에 쌀짝씩 드러나는 돈에 관한 이야기.

 

"전 세계에서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거야. 원래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가 발생하는 거고. 그래서 돈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세. 부자들은 돈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어. ...(중략)... 부자는 C에게 돈을 빌려줬을 때 받는 금리와 똑같은 효과를 D라는 물건으로부터 얻길 원해. 다시 말해 구입한 뒤에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란다는 거야."(부자의 그릇 pp.105~106)

 

"돈은 그만한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모여든다네. 10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10억 원, 1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1억 원이 모이게 돼. ...(중략)...'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가져온다'고 했어. 돈은 세상을 순환하는 흐름과도 같아. 흘러가는 물은 일시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그걸 언제까지나 소유하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래서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들어. ...(중략)... 부자는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거야."(부자의 그릇 pp.199~200)

 

소설이 끝나고 에필로그를 읽어보니 소설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이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은 "돈은 신용이 있는 사람에게만 전달된다. 그리고 신용이 높으면 그만큼 많은 돈이 '기회'라는 얼굴로 접근한다. 신용은 지난 행동들의 결과이고, 지난 행동은 하루하루 사고해온 결과이다. 요컨대, 하루하루의 사고가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신용을 만들며, 그 신용이 결과적으로 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부자의 그릇 pp.222~223)

 

이제껏 살아가면서 돈이 곧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금융권에서는 확실히 돈으로 나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돈을 빌려줄 때. 작은 예를 들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려고 해도 안정된 수입원은 있는지 재산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등등 꼬치꼬치 케묻고 확인한 후에 겨우 발급해주지. 보통의 인간관계 속에서 돈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신용도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부자의 그릇』을 읽고 나니 한 개인을 놓고 돈이 많을 때와 적을 때 신용이 있고 없고를 말하는 것은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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