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명

 

 

짬짬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화, 소설, 철학, 역사, 예술,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이 가는 책을 마구잡이로 골라 읽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계속 책을 읽다보니 무의미하게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밀려든다.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고의 틀을 넓히거나 성찰한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철학책을 찾아 들었다. 하지만 철학의 세계는 쉽게 다가서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해했다.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고대철학부터 시작하여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적 사유를 두로 섭렵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현대철학의 주요 개념이라도 알아 두면 좋을 것같다. 이런 생각에 아렌트, 아도르노, 호크하이머, 푸코, 하버마스 등의 현대철학자와 마주했다.

 

현대의 철학적 개념 중에서 롤즈의 '차등원칙'과 드워킨의 '복지의 평등'에 관심이 간다. 둘 다 분배에 관한 것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지만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차등원칙은 롤스의 『정의론』에 등장하는 개념이니 『정의론』을 심도 있게 읽어보는 것은 물론 이에 더하여 롤스를 비판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코헨의 논문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드워킨이 복지의 평등에 관해 논의한 『자유주의적 평등』이라는 책도 찬찬히 읽어야지. 이러한 저서를 읽으며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분배를 해야 공정하고 정의로울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러고보니 이 주제는... 2009년 작성했던 사명선언서가 떠오른다. 그 때 나는 사명선언서에 "나의 사명은 재산 나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라고 적었었지. 벌써 사명선언서를 작성한지 4년이 넘게 지났다. 처음 사명선언서를 작성했을 때에는 매일같이 사명선언서를 보며 내일을 다짐하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사명선언서를 까마득히 잊고 지냈었다. 이참에 사명선언서를 다시 꺼내 발전시키고 이를 구체화해 나가야겠다.

 

4년 전 사명선언서를 작성하면서 나의 사명은 나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적었었다. 나눌 수 있는 게 다양하기 때문에 어떠한 것이라도 나누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도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뭘 나누는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고 해서 재산 나눔 운동으로 수정했다. 재산이라고 해도 금전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지적 재산, 기술 재산 등의 다양한 유형을 포함 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차이는 없는 것같지만 말이다. 사명선언문을 보며 막연하게나마 세계의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조금씩 나눔을 실천하여 빈부 격차를 줄이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문제는 사명선언서를 작성한 것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나의 사명을 현실세계에서 실현시키지 않고 사명선언서를 그대로 묵히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막연한 포부로 공중에 매달아 놓고 있던 나의 사명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겠다. 그 첫 단추는 롤스와 드워킨의 저작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들의 철학적 사유를 접하고 나면 그동안 도덕적 호소밖에 할 수 없었던 나의 사명에 든든한 철학적 근거와 배경을 마련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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