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와 민원행정 통합

 

 

최근 한 통신회사로부터 황당한 독촉을 받았다. 독촉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데 독촉받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고 억울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생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도움을 청했다.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인터넷 상담을 신청하고 각종 정부기관에도 민원을 신청했다. 소비자상담센터야 소비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상담해 주는 곳이니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정부기관에 민원을 넣을 때에는 상관도 없는 곳에 괜히 민원을 신청했다가 업무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을까 싶어 관련 있는 몇 곳을 선별했다.

 

내가 선별해낸 정부기관은 총 3곳이다. 민원이 발생한 지역의 시청과 구청 그리고 통신관련 민원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민원은 모두 같은 날 접수했다. 가장 먼저 시청에서 민원이 접수되었음을 확인했고 그 다음 구청에서도 확인했다. 하루가 걸렸다. 가장 먼저 민원을 넣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아직 접수중이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가보다. 어차피 급한 불은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해결하였으니 천천히 진행되어도 상관없다.

 

그런데 그 다음날 문제가 발생했다. 시청에 접수한 민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송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송되면 결국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갈텐데 이거 큰일이다. 빨리 민원을 취하해야지. 그 사이 구청에 접수한 민원도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송되었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허거덩. 미래창조과학부에 민원을 넣은 다음 그냥 기다리고 있을 걸. 난 왜 조급한 마음에 시청과 군청에도 민원을 접수할 생각을 했을까. 완전 헛수고만 했다.

 

어차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이니 시청과 구청에 접수한 민원을 취소해야겠다. 먼저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미 담당자의 답변이 달렸고 이송처리 되어 있어 민원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없는 상태였다. 구청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랴부랴 미래창조과학부에 넣은 민원을 취하했다. 여긴 아직도 접수 확인이 안되어 있었다. 상당히 느리다. 그래도 한개라도 없앨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보다.

 

역시나 예상대로 시청과 구청에서 이송된 민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로 최종 전달되었다. 똑같은 민원을 미래창조과학부에 3건이나 넣은 셈이다. 아니. 미래창조과학부에 접수했던 민원은 취하했으니 2건을 넣었다고 해야할까나. 아무튼 민원 취하는 제법 빠르게 이루어졌다.

 

민원을 취하하고 몇 시간이 지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화가 왔다. 민원을 취하했는데 똑같은 민원이 2건이 더 있어서 전화를 했단다. 나머지 민원도 같이 취하하는 것이냐고 말이다. 1건만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덧붙여 민원이 다른기관에 이송되는 줄 모르고 시청과 구청에도 똑같은 민원을 접수했다고. 이렇게 중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죄송하다고 사죄드렸다.

 

왜 민원이 이송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까. 전자정부의 편리함 덕택에 왠만한 민원은 다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 끝으로 처리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민원행정이 잘 통합되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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