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

Basic Livelihood

 

 

 

2013년 10월 4일 금요일. 동네에서 서성이는 이웃집 아이를 만났다. 인사를 하며 짧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오늘 학교 안가는 날이니?"

"네. 개교기념일이거든요."

"공휴일 다음 날이 개교기념일이야? 학교에 연속으로 안가서 좋겠다."

"요즘엔 학교 거의 안갔어요. 지난 주에는 수학여행이라 학교 안갔고 그 전 주에는 추석이라 학교 안갔어요."

 

워낙에 태연하게 말하는 아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아이가 저만치 간 후에야 수학여행가는데 학교에 안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가정형편상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구나. 어디서 수학여행비라도 지원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친구들이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간식을 사 먹을 때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차라리 안 간 게 다행이다 싶다. 수학여행비에 용돈까지 부족하지 않게 지원하기는 만만치 않을테니 말이다.

 

그 아이의 부모는 맞벌이를 한다. 하지만 그 소득이 적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도 받는다. 대략 생활비가 짐작이 간다. 기초생활보장이라는 것이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으면 부족분만큼만 채워서 보장해 주기 때문에 일을 하든 안하든 수입에는 차이가 없지.

 

그런데 이상하다. 그 아이의 부모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일을 하면 그만큼 돈을 모아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당연한게 아닐까. 그런데 일을 하든 안하든 최저생계비로 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를 상한선으로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더라도 일을 해서 어느 정도 재산을 축적할 수 있어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최저생계비라는 것이 말 그대로 먹고 살아가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니 그 돈을 아끼고 아껴서 저축을 하는 것은 어림도 없겠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여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그건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기초생활보장이라는 것이 딱 기초생활만 보장하지 차상위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유리천정으로 막아 놓은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다가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수입이 많아져 지원이 필요없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지금의 복지수준으로는 삶의 질이 향상되거나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기초생활보장 수준이 너무 낮은 게 문제다. 최저생계비는 그대로 두더라도 차상위계층의 소득정도까지 기초생활보장 범위에 넣었으면 좋겠다. 최저생계비는 생활비로 지원을 받고 일을 하여 차상위계층의 소득상한선까지 노력하여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 기초생활수급을 받더라도 재산을 축적할 길이 열리고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한결 수월해 지겠지.

 

그런데 기초생활보장 범위를 넓혀 차상위계층도 기초생활보장 범위에 포함되게 되면 계속 기초생활수준에 머무르는 게 아닐까. 최저생계보다는 높은 수준이니 지금의 기초생활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좋은 명칭이 없다. 형편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해봤자 어차피 기초생활수준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아예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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