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ad and crab

두꺼비와 꽃게

 

 

2014년 여름 주상절리에 갔을 때다. 그늘 진 곳을 찾아 주상절리 아래쪽 파도가 넘실대는 곳으로 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철렁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저기 저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 도취되어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개구리를 잡았느니 말았느니.

 

바닷가에 웬 개구리.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는 그냥 흘려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올챙이가 어쩌구 저쩌구 한다.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는데 올챙이라니. 바닷가에 개구리와 올챙이가 살 수 있나? 내 귀를 의심해야 할지, 사람들의 눈을 의심해야 할지.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사람들이 개구리와 올챙이를 발견한 곳으로 갔다. 썰물 때 바닷물이 채 빠져나가지 못해 고여있는 줄 알았던 곳. 바로 그 곳에 물 반 고기 반인양 시커먼 올챙이가 한가득 들어 있다. 허걱. 진짜였잖아. 게 중에는 뒷다리가 달린 올챙이도 있고 뒷다리와 앞다리 모두 나온 올챙이도 있었다. 이 녀석은 이제 꼬리만 떨어지면 개구리가 될 터이다.

 

신기해서 웅덩이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물 속에서 유유이 헤엄치던 네 발 달린 올챙이가 물가로 나와 개구리처럼 뛰어다닌다. 대박. 네 발이 달렸지만 올챙이처럼 물 속에서만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물 밖으로 뛰쳐 나와 개구리처럼 활보하고 다니기도 하구나. 이건 네 발 달린 올챙이라기보다는 꼬리 달린개구리라 해야할까보다. 난생 처음으로 올챙이와 개구리의 장점을 두루 갖춘 - 꼬리 달린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모습에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에는 웅덩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개구리들을 발견했다. 갑자기 바닷가에 개구리가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개구리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니는지 도무지 가만히 있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마리를 정해 열심히 개구리를 쫓아 다녔다. 개구리가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인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못잡은 것인지, 템포가 느려졌다. 얼른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각도가 안나온다. 개구리가 엄지손톱만큼 작아서 도무지 바다와 함께 화면 속에 들어가질 않는다.

 

이거다. 저기 개구리가 가는 곳 앞쪽 바위 틈에 게 한마리가 숨어 있는게 내 눈에 포착되었다. 잘만하면 개구리와 꽃게가 함깨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같다. 마침 개구리가 꽃게 옆에서 한번 쉬어줬다. 그리고 나는 급하게 셔터를 눌렀다. 성공이다.

 

며칠 뒤, 블로그에 나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올리는데 문득 내가 가진 잘못된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만 해도 몇 개의 고정관념이 깨졌는지. 바다 속에도 민물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왜 바닷가에는 개구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까? 네 발 달린 올챙이의 꼬리만 떨어지면 개구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 왜 네 발 달린 올챙이가 개구리처럼 뛰어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더. 꽃게가 올챙이가 사는 민물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야 겨우 생각을 고쳐 먹은 나의 모습에 내 머리도 상당히 많이 고착화되었음을 새삼 느꼈다.

 

 

 

 

덧. 

개구리가 조그만해서 개구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등이 울퉁불퉁한 걸로봐서는 아무래도 두꺼비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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