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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생방송

 

 

2016년 8월 15일 밤. 열대야와 함께 리우 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TV를 틀었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8강)이 막 시작하려 한다. 생방송이다. 배드민턴 경기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랭킹 1위라는 해설자의 말에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예상 외로 박진감 넘친다. 상대 선수는 10위권 밖이라더니 결코 만만치 않다. 현장감 전혀 없는 이곳에서 무슨 결승전이라도 보는 양 완전 가슴 졸이며 몰입해서 봤을 정도니.

 

게임이 끝나고 채널을 돌려 다른 방송도 몇 개 봤다. 그러다 이번엔 배드민턴 남자 단식(16강)을 생중계하는 걸 발견했다. 복식에 비하면 단식은 여유로워 보인다. 편히 보기에 속도도 딱 적당하고 적응해서 게임을 지켜봤다. 그런데 화면 뒤로 아까 남자 복식에서 한국과 겨뤘던 말레이시아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설마 벌써 4강? 게임 끝나고 바로 연습을 하는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의문을 품고 있는 찰나 몇 시간 전에 봤던 한국 선수들도 화면에 보인다. 뜨아. 난 분명 지금 생중계라고 뜬 방송을 보고 있는데... 생방송이 아니었어!

 

그제야 알았다. 생방송이라고 해서 진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아마도 해설이 생방송이면 'LIVE'라는 딱지를 내걸고 방송을 하는 건가보다. 지금까지 생중계라고 믿으며 봤던 방송 중에 몇몇은 (알고보면) 실시간 중계가 아니라 일반 중계방송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불신감과 함께 회의감 마저 들었다. 내가 쓸 데없이 생중계에 연연하고 있었던 것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번 계기로 올림픽 생중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집착을 버렸다.

 

 

 

 

덧.

내가 본 게임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8강) - 이용대, 유연성 / 고위시엠, 탄위키옹

배드민턴 남자 복식(16강) - 손완호 / 응카룽 앵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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