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이 질문을 덴마크 사람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듣는다고 한다. 덴마크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 썸머(한국이름 하정)는 덴마크에서 독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 덴마크 여자를 만났다. 얼결에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그를 따라 덴마크로 돌아와 그의 가족과 지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는 동안 그 흔한 질문을 던질 이유는 없었다. 그들에게서 흔치 않은 답을 어렴풋이 찾았기에. 다음 여름, 썸머와 덴마크 가족은 한 달간 함께 살며 가족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덜컥 진행했다. 썸머는 덴마크로 날아갔다. 73세 은발의 덴마크 엄마 아네뜨와 회색 눈동자의 딸 쥴리, 이젠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네뜨의 아버지 어위와 함께 지낸 여름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확실히, 미니멀리즘은 우리 취향이 아니지!" 우리의 덴마크 가족은 요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의 대척점에 서 있는, '맥시멀리즘' 대표 가족이다. 어위(2차 세계대전 시절의 산업 디자이너)로부터 아네뜨(주얼리 디자이너)를 거쳐 쥴리(일러스트/포토 에디터)로 이어지는 3대가 직접 만들거나 이곳저곳에서 모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생에 촘촘히 각인하고 산다. 그들의 유산 창고에는 '북유럽' '디자인' '명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30년간 느긋하게 놓은 자수, 돌멩이나 종잇조각, 해변에서 주운 화석 등 잡동사니도 그득하다. 누가 보면 쓸모없는 것들을 가족은 곱게 간직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쓸 데를 꼭 발견해 물건에게 다음 삶을 주는 것이다. "좋은 것은 네가 가져! 가족이 아니면 어때서?" 덴마크 가족은 썸머에게 추억과 함께 물질적인 유산도 나누었다. 가족의 유품과 소장품을 썸머에게 생일선물로 준 것이다. 썸머는 가족의 유산을 남이 가질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나눔이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존재에게도 가족의 감정을 나누는 마음. ‘가족'과 ‘가족 아님'을 가르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썸머의 머릿속에 삐뚜름하게 존재하던 가족의 정의가 다시 내려지고 범주가 넓어지는 기회였다. 덕분에 덴마크 한 달살이의 기록은 덴마크 엄마와 한국 딸의 <어느 가족>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저자
하정
출판
좋은여름
출판일
2019.05.18




제목을 보는 순간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것이 명료해졌다. 귀여운 할머니! 한번씩 나이가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뭐는 어떻고, 또 뭐는 저쩧고 부연설명할 게 많았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어떤 느낌인지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 속에는 정말 누가봐도 귀여운 할머니가 있었다. 똑단발에 처피뱅을 두르고 빨간 모자, 빨간 안경, 빨간 손목시계, 빨간 구두로 깔맞춤 포인트를 준 - 인크레더블에 나오는 디자이너가 현실에선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한 할머니였다. 외모뿐만 아니라 저자가 소개하는 할머니의 일상은 더더욱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멋지다. 나도 이런 귀여운 할머니가 되야지. 이로써 내 장래희망이 명확해졌다.



덧.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에서 장래희망이 귀여운 할머니인 사람을 또 발견했다. 이 사람은 귀엽고 현명한 할머니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지만 내 생각에 귀여운 할머니에는 현명함, 인자함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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