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




<초사고 글쓰기>를 알게 되었다. 구입하려고 보니 종이책은 온라인 수강권을 구매한 사람에게만 판매한단다. 20여 년 전 되도 않는 논술 지도를 받는 데 시간당 10만원을 지출했던 걸 생각하면 글쓰기비법 강의 29만원은 나쁜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엔 양질의 다른 컨텐츠도 많은데 굳이 <초사고 글쓰기>를 고집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같은 저자가 쓴 <역행자> 가 눈에 들어왔다.

<역행자>의 저자는 여타 자기계발서 지은이와 달랐다. 자기계발 강의가 유명해져서 책을 내고 동기부여업체 대표로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흔히 봤다면 <역행자>의 저자는 자신이 일군 사업을 토대로 책을 썼다. 그리고 성공 비법으로 '역행자의 7단계 모델', '22전략', '경제적 자유를 위한 5가지 공부법' 같은 틀을 제공했다.


* 역행자의 7단계 모델

1. 자의식 해체 (스스로의 못남을 인정)
2. 정체성 만들기
3. 유전자 오작동 (원초적 본능의 작동방식 이해하기)
4. 뇌 자동화 (책을 읽고 쓰면서 장기 이득에 초점 맞추기)
5. 역행자의 지식 (타이탄의 도구 모으기, 좋은 판단 늘리기)
6.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7. 역행자의 쳇바퀴 (패배 후 레벨 업 반복)

* 22전략
2년간 매일 2시간씩 책 읽고 글 쓰기.


* 경제적 자유를 위한 5가지 공부법

1. 정체성 변화 (자의식 해체)
2. 20권의 법칙 (독서)
3. 유튜브 시청 (하루 3개 이상 시청)
4. 글쓰기를 통한 초사고 세팅(책, 유튜브에서 보고 배운점, 느낀점을 블로그에 올리기, 잠자기 전 생각했던 내용을
글로 정리하기)
5.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학습으로(투자 혹은 사업 강의에 돈을 쓴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사업과 투자에 대해 생각하도록 뇌 자동화 시키기)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는 이런 종류의 절차와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돈을 버는 근본 원리는 '상대를 편하게 해주기'와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에 있었다. (역행자 p.220) 그리고 실행력과 더불어 무한경쟁의 시대에 돋보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확실히 저자는 마케팅의 귀재였다. 잘 되지만 평범했을 사업을 유튜브와 <역행자>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위해 저자는 극명한 대비를 이용해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역행자, 라이프해커, 뇌 자동화, 유전자 오작동을 극복한다는 등의 생소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무자본 창업, 경제적 자유, 자동 수익 같은 사람들이 솔깃해 하는 키워드도 잊지 않았다. 거기에 (저자가 '미라클 모닝'과 맞지 않았듯 누군가는 저자가 알려준 방법을 아무리 성실히 해도 별다른 효과를 못 볼 수 있지만) 결론은 성공하면 내덕 실패하면 네탓으로 정해져 있었다. 다단계, 사기꾼이 쓰는 전략이랑 똑같다. 그런데 딱히 사기 당할 내용은 없다. 그렇게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날아와 돈을 쓰게 만들었다.


"인간의 뇌는 추상적인 단어를 싫어한다. 그러니 상대를 움직이고 싶다면 구체적인 상황으로 감정을 건드려야 한다. 역으로 어떤 결정을 할 때는 이런 감정 휴리스틱에 빠진 게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역행자 p. 133)



덧.
(단 2주만에 쓴 책이라 그런지) <역행자>는 제대로 정제되지 않아 거친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역행자> 를 읽는다면 아마 좀더 가다듬어졌을 확장판이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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