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또박 또박 쓴 할머니의 손글씨와 산뜻하고 정감 있는 그림에 눈길이 멈쳤다. 책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였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을 보다보니 어느 새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할머니는 가슴아픈 옛이야기도 화사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그림이 안 팔리는 만큼, 아들이 더 안타까웠고, 그림 그리는 화가라는 직업이 더 원망스럽고 싫어졌어요. 그런데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참이라는 걸 내가 보여주게 되었네요. 이제는 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요."(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p.28)


"마당 담장 위로 꽃들이 필 때면 내 도화지에도 색색의 꽃들이 피어납니다. 며칠이 지나면 배꽃이 하얗게 피어날 것 같아요. 그러면 나는 배꽃을 그릴 거예요. 나는 매일 두 눈에 꽃을 담고, 그 꽃을 그리며 살아요. 꽃과 함께 살고 꽃 그림을 그리며 살고 그렇게 마음에 꽃을 품고 살아가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입니다."(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pp.118~119)

"구십 평생, 어찌 매일매일 힘들고 아프기만 했겠어요. 힘든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왜그리 힘든 기억이 많이 나는지. ...(중략)... 고생도 다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네요. 그 새록새록한 추억들을 밑천 삼아 오늘도 그림을 그리는 나는 아흔네 살의 김두엽 화가입니다."(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pp.173,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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