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선거

 

 

 

"투표하러 오세요."

 

이장 선거 날이에요. 아침부터 온 마을에는 투표하러 오라는 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울려 퍼집니다. 몇 주 전 마을 게시판에 이장 후보 등록 안내문이 게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장 후보자가 공지되었었지요. 두 명의 후보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공개된 내용은 후보의 기호와 이름, 집주소. 달랑 이 정보만 가지고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다가 후보들의 공약이나 의지를 알 수 없어 투표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투표 종료 30분 남았습니다."

 

투표 시작을 알리는 공지를 얼마 전에 했다고 30분밖에 안남았다는 공지를 합니다. 투표시간이 1시간이었네요. 마을 주민들이 출근시간에 맞춰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하는 거였어요. 이 마을에 산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도 마을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지만 처음으로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장을 뽑으러 투표장으로 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이장 투표를 하게 되네요.

 

 

 

"기호 2번 OOO 뽑아주세요."

 

투표하러 가는 길에 한 후보가 앞에 나와 자신의 기호를 말하며 뽑아 줄것을 호소합니다. 모퉁이를 돌아 투표장에는 저보다 먼저 오신 할아버지 한 분이 선거인 등록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투표용 하얀 천막도 없이 투표를 할 수 없다면서 씩씩거리면서 나갑니다. 아직 누가 이장 후보인지 모르는 상태라 주변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벌써 제 차례랍니다. 얼굴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선거인 명단에 집 주소와 이름을 기재했습니다. 

 

 

"저쪽으로 가세요."

 

선거 관리를 맡은 분이 투표 용지를 주시며 1번 후보는 저기 앞에 서 있는 분이고 2번 후보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없다고 말해 줍니다. 다행히 두 후보 모두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분입니다. 저는 싹싹하고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투지 않을 것 같은 분으로 정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주장이 강하여 추진력은 있을 것같은데 사소한 문제로 의견의 대립이 생기거나 하면 차짓 문제가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 사이 아까 씩씩거리던 분이 다시 돌아와 공동 화장실과 마을 공터 관리 문제를 가지고 큰 소리를 내고 있어 누구를 뽑아야 할찌 더욱 확신이 섰습니다. 머뭇거림 없이 책상 위에 놓인 볼펜자루를 인주에 찍어 투표를 하고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습니다.

 

 

"1번 후보 OOO이 이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투표가 종료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아마 150~200가구 정도가 이장 선거에 참여할 대상인 것같은데 40가구가 선거에 참여하였다고 하네요. 총 40표 중 1번 후보가 20표를 얻어 이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2번 후보는 아쉽게도 19표로 낙선이네요. 무효표가 1표 있었답니다. 선거 관리 담당자는 투표율이 저조한데에다 겨우 1표 차이로 이장이 결정되어 또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모두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 들인 것같아요.

 

 

참, 이장의 임기는 2년이고 이장이 원하면 연임이 가능하다고 해요. 2년 후가 될지 4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또 이장 선거에 투표할 기회가 생길까요? 아무쪼록 새로운 이장님과 함께 마을이 좀더 살기 편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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